러시아가 ‘비우호적’ 암호화폐에 수수료와 거래 제한을 도입한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겨냥한 규제 설계가 본격화되면서 시장의 자금 흐름 재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6월 9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2026)에서 이반 체베스코프(Ivan Chebeskov) 러시아 재무부 차관은 USDT, USDC, BNB를 특정해 별도의 수수료와 기술적 보호장치, 거래 제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자산은 모두 테더, 서클, 바이낸스 등 서방과 연결된 발행 주체를 갖고 있으며, 과거 제재 주소 지갑 동결 사례가 있어 러시아의 규제 대상에 올랐다.
자유글로벌 분석가 블라디미르 체르노프(Vladimir Chernov)는 ‘비우호적 자산’에 대해 거래당 0.5~2% 수수료가 적용될 수 있으며,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최대 3%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명분은 투자자 보호지만, 실제로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려는 성격이 짙다.
체베스코프는 “기술적 보호 조치와 경제적 유인, 수수료, 권고 등을 통해 시민들이 다른 자산을 보유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수수료 정책을 넘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에서 루블 또는 브릭스(BRICS) 연계 자산으로 자본 이동을 유도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해당 조치는 아직 법으로 확정되지 않았으며, ‘디지털 통화 및 디지털 권리에 관한 법안’ 2차 심의를 앞두고 조율 중이다. 이 법안은 2026년 4월 21일 327대 13으로 1차 심의를 통과했다.
1차 심의에서는 암호화폐 사업자에 대한 5개 라이선스 체계, 러시아 중앙은행의 광범위한 감독 권한, 국내 암호화폐 결제 금지 유지, 그리고 국경 간 결제 허용이 핵심 골격으로 제시됐다. 특히 국경 간 결제 허용은 제재 회피를 위한 무역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는 구조다.
2차 심의는 세부 규정이 확정되는 단계로 가장 큰 쟁점 구간이다. 국가두마 금융시장위원장 아나톨리 악사코프(Anatoly Aksakov)는 이 법안을 ‘안티프로드 2.0’과 함께 핵심 입법 과제로 지정하고, 2026년 7월 1일까지 기본 틀 완성, 2027년 7월 1일부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비우호적’이라는 표현은 법적 의미를 가진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재를 가한 국가 목록에 포함된 미국, EU, 영국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해당 국가와 연계된 발행 주체의 암호화폐 역시 같은 범주로 분류된다.
이로 인해 USDT(테더), USDC(서클), BNB(바이낸스)는 가장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USDT와 USDC는 높은 수수료와 제한이 동시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정책은 표면적으로는 리스크 관리이지만, 실제로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또는 우호 진영 중심의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규제 방향이 확정될 경우 러시아 내 자금 흐름은 물론, 제재 환경 속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도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