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을 둘러싼 규제 환경이 아프리카에서도 빠르게 정비되는 가운데, 짐바브웨가 사실상 첫 ‘포괄적 암호화폐 규제’에 착수했다. 동시에 국가 차원의 비트코인 보유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6월 16일 짐바브웨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모든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VASP)는 ‘법령 99호(SI 99 of 2026)’에 따라 즉시 등록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형사 책임까지 부과된다. 이번 조치는 해당 국가 최초의 암호화폐 전용 규제 체계로, 장기간 ‘회색지대’에 있었던 시장을 공식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성격을 갖는다.
이번 규제의 법적 기반은 2025년 12월 통과된 ‘재정법 7호’다. 해당 법은 자금세탁방지법상 금융기관 정의에 VASP를 포함하도록 개정됐고, 이를 토대로 2026년 6월 10일 구체적 등록 규정이 고시됐다.
적용 범위는 광범위하다. 법정화폐와 암호화폐 간 교환, 커스터디(수탁), 거래 중개 등 모든 관련 활동이 포함된다. 특히 ‘탈중앙화’ 여부는 면책 사유가 아니다. 스마트컨트랙트를 수정하거나, 자금 흐름을 조정하거나, 수수료를 설정할 수 있는 주체가 있다면 FIU는 이를 VASP로 간주한다.
등록 비용은 초기 500달러(약 76만9,100원), 연간 갱신 비용은 400달러(약 61만5,280원)다. 또한 현지 법인 설립, 경영진 신원 검증, 고객확인(KYC), 거래 모니터링, FATF ‘트래블룰’ 준수 등이 요구된다.
다만 FIU는 “등록 자체가 영업 허가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실제 사업 운영을 위해서는 짐바브웨 중앙은행(RBZ) 또는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별도 승인이 필요하다. 이는 자금세탁 방지와 사업 인가를 분리하는 국제 표준 구조다.
짐바브웨의 이번 정책 변화는 단순한 규제 도입을 넘어 구조적 배경과 맞물려 있다. 해당 국가는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통화 불안정으로 자국 화폐가 반복적으로 붕괴되는 경험을 겪어왔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달러화 및 비트코인(BTC)과 같은 ‘대체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이동했고, 암호화폐 시장은 사실상 비공식적으로 성장해왔다. 정부가 금지했던 시기에도 수요는 줄지 않았고, 규제 부재 속에서 시장만 확장된 구조다.
실제로 2018년 짐바브웨 중앙은행은 은행들에게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거래 중단을 지시했지만, 이후 법적 분쟁과 예외 적용으로 혼란이 지속됐다. 이번 SI 99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종식시키고 ‘통제된 수용’으로 전환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규제 정비는 한 가지 추가 질문을 던진다. 짐바브웨 정부가 비트코인(BTC)을 ‘국가 준비자산’으로 보유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론적으로는 설득력이 있다. 지속적인 통화 불안 속에서 비트코인은 외부 충격에 덜 흔들리는 대안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민간에서는 달러 대비 대체 수단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그러나 현실적 제약도 분명하다.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 외환 관리 정책, 국가 재정 안정성 등을 고려하면 중앙은행 차원의 대규모 보유는 여전히 높은 리스크를 동반한다.
결국 이번 조치는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금지 대상’에서 ‘관리 대상’으로 전환한 데 의미가 있다. 짐바브웨가 제도적 기반 위에서 시장을 흡수해 나갈지, 나아가 국가 차원의 전략 자산으로 확대할지는 향후 정책 방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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