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규제 법안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이 미국 의회에서 표류하는 가운데,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이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 그룹’ 차단을 핵심 명분으로 내세우며 입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을 통한 불법 자금 흐름을 끊는 것이 국가 안보 문제라는 주장이다.
현재 해당 법안의 상원 표결은 8월 휴회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으며, 예측 시장 폴리마켓에서는 2026년 통과 확률이 33~37%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2월 80%를 웃돌던 기대치에서 크게 후퇴한 수치다.
루미스 의원은 법안(H.R. 3633)의 세 가지 핵심 조항을 근거로 실효성을 강조한다. 우선 201조는 ‘은행비밀법(BSA)’과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암호화폐 기업, 거래소, 디파이(DeFi) 프론트엔드, 암호화폐 ATM까지 확대 적용한다.
303조는 이란을 겨냥한 새로운 재무부의 암호화폐 제재 권한을 포함한다. 여기에 305조는 의심 거래와 연관된 자산에 대해 거래소가 법원 명령 이전에도 자발적으로 동결할 수 있도록 ‘면책 조항’을 제공한다.
특히 305조는 루미스 의원 논리의 핵심이다. 라자루스 그룹은 탈취 자금을 빠르게 여러 체인과 믹서를 통해 이동시키는데, 현행 법체계에서는 거래소가 선제적으로 개입할 유인이 부족하다. 해당 조항은 신속한 동결 조치에 따른 법적 부담을 줄여 이 ‘시간차’를 막겠다는 의도다.
문제의 규모는 이미 수치로 확인된다. 라자루스 그룹은 2022년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 기반 로닌 브리지에서 약 6억2500만 달러(약 9184억 원)를 탈취했다. 이어 2025년 2월에는 바이비트(Bybit)에서 15억 달러(약 2조2041억 원)를 빼내며 역대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해킹을 기록했다.
미 재무부는 이 조직이 2007년 이후 최소 34억 달러(약 4조9960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탈취했으며, 해당 자금이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으로 흘러들어갔다고 추정한다.
또 다른 위협은 내부 침투다. 라자루스 조직원들이 원격 IT 직원으로 위장해 암호화폐 기업에 직접 침투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는 기업 차원의 KYC(고객확인)와 AML 통제가 필요한 이유로 지목된다. 루미스 의원은 201조가 이런 ‘내부 접근형 공격’을 겨냥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법안을 둘러싼 반대도 만만치 않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해당 법안을 ‘제재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제재 회피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규제 완화가 오히려 불법 금융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같은 비판을 반영해 공화당은 7월 22일 공개한 통합 초안에 추가 윤리 조항을 포함했다. 다만 정치적 이견이 여전히 큰 만큼 단기간 내 합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안이 지연되는 사이에도 암호화폐 시장을 노린 국가 단위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디지털 자산 규제가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 ‘안보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입법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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