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인공지능(AI) 규제에서 부문별 감독과 자율 준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안전장치가 부족하면 법적 의무를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연합(EU)식 단일 법체계보다 기존 규제기관을 앞세우되 범용 AI 개발사에 더 강한 책임을 부과할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영국 과학혁신기술부(DSIT)는 2024년 2월 AI 규제 백서 대응 문서에서 기존 법적 권한으로 위험을 줄이기 어렵거나 자율 조치가 모든 관련 주체에게 효과적으로 이행될 것으로 보기 어려우면 입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서에는 △안전·보안·견고성 △투명성·설명 가능성 △공정성 △책임성과 거버넌스 △이의제기와 구제 절차가 AI 규제 원칙으로 제시됐다.
영국의 접근법은 포괄법보다 AI가 활용되는 산업별 규제에 가깝다. 바러니스 로이드 오브 에프라(Baroness Lloyd of Effra) 영국 기업통상부·과학혁신기술부 정무차관은 2026년 6월 4일 상원에서 “대부분의 AI 시스템은 사용 지점에서 규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같은 해 1월 19개 규제기관에 안전한 AI 혁신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정책 방향은 성장과 통제를 함께 추진하는 데 맞춰졌다. 영국 정부는 2026년 1월 공개한 AI 기회 행동계획 1년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AI 컴퓨팅 역량을 20배 확대하기 위해 20억 파운드(약 3조90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AI 보안연구소(AI Security Institute)는 주요 AI 모델을 시험하고 있으며, 앤트로픽(Anthropic)과 오픈AI(OpenAI) 등 개발사는 연구소의 발견을 바탕으로 모델 안전장치를 강화했다.
자율 규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에이다 러브레이스 연구소(Ada Lovelace Institute)와 앨런 튜링 연구소(Alan Turing Institute)가 2025년 3월 발표한 조사에서 영국 대중의 72%는 AI 관련 법과 규제가 있으면 AI를 더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2022~2023년 조사에서 기록한 62%보다 10%포인트 높아졌다.
EU는 영국보다 포괄적인 법체계를 먼저 도입했다.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2024년 8월 1일 AI법이 발효됐다고 밝혔으며, 범용 AI 모델 제공자 의무는 2025년 8월 2일부터 적용됐다. 영국은 부문별 규제와 자율 안전성 검증을 병행하고 있어 해외 AI 기업은 영국과 EU의 서로 다른 규제 체계에 대응해야 한다.
크립토 업계와의 직접적인 연결점은 제한적이다. 다만 AI 에이전트와 온체인 자동화, AI 기반 투자·위험 분석처럼 AI와 웹3(Web3)를 결합한 서비스가 영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운영되면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 책임 소재에 관한 요구를 받을 수 있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2026년 6월 크립토자산 규제 정책 문서에서 새 규제 체계가 2027년 10월 25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AI와 크립토를 결합한 서비스에 적용될 구체적인 의무는 향후 법안의 적용 대상과 문구에 따라 정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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