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AAPL)이 영국 이용자의 암호화된 아이클라우드(iCloud) 백업에 대한 접근 능력을 요구받자 다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용자 데이터 보호를 위한 종단간 암호화와 수사기관의 접근 권한이 충돌한 사건이다.
애플은 지난달 영국 조사권한재판소(Investigatory Powers Tribunal·IPT)에 영국 내무부의 새 기술역량고지(Technical Capability Notice·TCN)를 다투는 이의를 제기했다. 해당 고지는 영국 이용자의 암호화된 아이클라우드 백업에 법집행기관이 접근할 수 있도록 기술적 능력을 갖추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가디언(The Guardian)은 보도했다.
앞서 제기된 첫 요구는 전 세계 애플 이용자 데이터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 정부의 압박 이후 철회됐다. 새 고지는 미국 이용자를 제외하고 영국 이용자로 범위를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쟁점은 애플의 고급 데이터 보호(Advanced Data Protection·ADP) 기능이다. 애플은 아이클라우드 보안 개요에서 ADP를 켜면 백업과 사진, 메모 등 다수 데이터의 암호화 키가 이용자의 신뢰 기기에만 보관돼 회사도 이를 복호화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2025년 영국 신규 이용자에게 ADP 제공을 중단했다. 당시 애플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백도어나 마스터키를 만든 적이 없고 앞으로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국 신규 이용자는 아이클라우드 백업과 드라이브, 사진, 메모 등에 선택형 종단간 암호화를 새로 적용할 수 없게 됐다.
영국 정부는 2016년 조사권한법(Investigatory Powers Act 2016)을 근거로 TCN을 발부할 수 있다. 영국 내무부 고시 제도 코드는 통신·우편 사업자에게 감청과 장비 간섭, 통신자료 취득에 관한 영장이나 허가를 이행할 기술적 능력을 유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고지에는 장관 결정과 사법위원 승인, 필요성·비례성 판단이 필요하다.
고지의 비밀성도 법적 쟁점이다. IPT는 2025년 4월 공개 판결에서 애플이 TCN 발부 권한을 다투는 사건을 제기했다는 기본 사실의 공개를 허용했다. 영국 정부는 사건의 존재와 당사자 공개가 국가안보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최소한의 정보 공개가 공익이나 국가안보를 침해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Privacy International)과 리버티(Liberty)도 애플 관련 TCN의 적법성과 제도의 비밀성을 다투는 소송을 제기했다.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은 해당 조치가 아이클라우드 보안을 약화하고 기자와 활동가, 소수자 등 취약 집단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자프런티어재단(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EFF)은 요구 범위를 영국 이용자로 제한해도 백도어 문제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강력한 암호화를 원칙적으로 지지하면서도 중대 범죄와 국가안보 위협에 대응하려면 법집행기관의 접근 능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분쟁은 개인키와 지갑 백업, 거래 프라이버시 등 암호화 기술에 의존하는 디지털자산 업계와도 맞닿아 있다. 다만 애플과 영국 정부의 분쟁이 모네로(XMR)나 지캐시(ZEC) 등 프라이버시 코인의 수요와 가격에 직접 영향을 줬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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