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가 유조선 기준 하루 최대 2000만 달러(약 292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결제 수단으로 암호화폐가 거론되면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주소 동결과 제재 집행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 랩스(TRM Labs)는 4월 8일 보고서에서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2026년 3월 중순부터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암호화폐 결제를 통행료 선택지로 적용했다고 밝혔다. 선박 1척당 통행료는 최대 200만 달러(약 29억원), 유조선 기준 하루 최대 금액은 2000만 달러(약 292억원)로 추정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선박까지 포함하면 월 6억~8억 달러(약 8760억~1조168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와 LNG가 지나는 핵심 병목 구간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이 해협을 통과한 원유·석유제품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로 전 세계 석유 액체 연료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했다. 같은 해 세계 LNG 교역량의 약 5분의 1도 이곳을 지났다.
결제 수단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TRM 랩스는 이란 측 제도가 위안화와 ‘디지털 통화’를 결제 수단으로 열어뒀다고 분석했지만 관련 법안 전문이 공개되지 않아 암호화폐 종류를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는 4월 10일 보고서에서 이란 측 발언에 비트코인(BTC)이 언급됐으나, 이란 정권과 역내 대리 세력의 과거 온체인 흐름을 고려하면 스테이블코인이 대규모 결제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가치에 연동돼 무역 결제 금액을 산정하기 쉽지만 발행사가 특정 주소를 동결할 수 있다. 서클(Circle)은 유에스디코인(USDC) 약관에 이란 등 제재 대상 지역과 관련된 이용 제한을 명시하고 불법 활동 관련 주소를 차단하거나 동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테더도 제재 집행에 협력한 사례를 공개했다. 테더는 4월 23일 미국 정부와 공조해 2개 주소의 3억4400만 달러(약 5022억원) 상당 테더(USDT)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체이널리시스는 7월 15일 보고서에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이란 중앙은행 관련 암호화폐 주소 4개를 추가 지정했다고 분석했다. 이들 주소가 받은 스테이블코인 1억6500만 달러(약 2409억원) 가운데 1억3100만 달러(약 1913억원)는 테더가 즉시 동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 측에서는 상반된 입장이 나왔다. crypto.news는 4월 23일 이란 국영·준국영 매체들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코인 통행료를 이미 징수하고 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해운 보안업체는 이란 당국을 사칭해 비트코인과 테더 결제를 요구하는 사기성 이메일도 경고했다. 특정 징수 지갑과 실제 결제액은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논란은 스테이블코인이 거래소 유동성 수단을 넘어 제재와 해운, 에너지 안보가 맞물리는 결제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본지는 앞서 미국 재무부가 비트코인 결제를 활용한 이란 해상보험 구조를 제재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통행료 징수 여부가 드러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거래소의 제재 준수 체계도 본격적인 검증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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