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날 세수를 미래산업과 청년·지역 사업에 투입하는 미래대응기금을 추진한다. 기금 규모와 재원 배분 방식은 8월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구체화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7월 5일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생긴 추가 세수를 활용해 미래대응기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용처로는 미래세대 투자와 3대 메가프로젝트, 청년 주거·창업·일자리 지원 등을 제시했다.
정부는 추가 세수를 단기 지출로 소진하기보다 중장기 성장 사업의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7월 13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추가 세수를 미래산업과 청년정책, 지역발전, 교육에 투입한다는 방향이 재확인됐다.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 산업만 지원하는 전용 기금보다 여러 정책을 함께 뒷받침하는 재정 플랫폼에 가깝다.
정부가 제시한 3대 메가프로젝트는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물리적 AI다. AI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 모델의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 장비와 전력·냉각 설비를 갖춘 시설이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는 첨단 연산 장비의 생산과 수요라는 측면에서 맞물린다. 본지도 앞서 AI가 반도체 수요와 제조 공정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 구조를 짚었다.
지역 산업정책도 기금 구상과 함께 추진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7월 6일 광주 군 공항 부지를 호남권 반도체 산단 후보지로 제시했다.
광주 군 공항 부지는 약 250만평 규모의 용지를 확보할 수 있고 평탄화가 이뤄져 있어 부지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는 팹 10기 투자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다.
호남권 신규 산단과 용인 클러스터 가속화는 생산 거점의 지역 분산과 기존 반도체 공급망 확충을 동시에 추진하는 구조다. 미래대응기금이 구체화되면 이들 사업에 재원을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기금의 법적 형태도 남은 과제다. 류덕현 대통령실 재정기획수석은 7월 7일 청와대 유튜브 프로그램에서 “8월 정부 예산안 마련 시점에 구체적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류 수석은 별도 기금을 만들기 위해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초과 세수를 중장기 사업에 배분하려면 기금의 설치 목적과 재원, 운용 기준, 국회 통제 방식을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금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일부 보도는 최대 100조원 안팎이 될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이는 정부가 확정한 수치가 아닌 보도 단계의 추정치다.
국가재정법상 세입·세출 우선순위와 기존 정책금융의 투자 범위도 함께 조정해야 한다. 국민성장펀드나 한국형 국부펀드 등 기존 제도와 사업 영역이 겹칠 경우 재원 배분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불가피하다.
반도체 세수의 경기 민감성도 고려 대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수요를 배경으로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로이터는 장기적으로 공급 과잉과 반도체 사이클 둔화 위험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징제 위(Jing Jie Yu)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향후 10년간 설비투자를 앞당기면 장기 공급 과잉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에 따라 세수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기금의 적립과 지출 기준에도 조정 장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8월 예산안 편성에 맞춰 미래대응기금의 규모와 운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후 특별법 제정과 국회 심의 과정에서 재원 범위와 사업별 배분 방식이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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