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암호자산 규제의 중심을 자금결제법에서 금융상품거래법으로 옮기는 법률 개정을 확정했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유가증권으로 분류하는 대신 거래와 공시, 불공정거래 규율을 투자자 보호 체계 안에서 다루는 개편이다.
11일 일본 금융청(Financial Services Agency) 공개자료에 따르면, 금융상품거래법 및 자금결제법 일부 개정안은 4월 10일 국회에 제출돼 7월 15일 가결됐다. 법률은 7월 23일 법률 제64호로 공포됐다.
개정법은 암호자산과 지속가능성 정보의 공시·보증, 스타트업 자금 공급, 불공정거래 규제 정비를 함께 담았다. 암호자산 부문에서는 투자 대상으로 이용되는 시장 현실에 맞춰 정보 제공과 시장 감시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일본은 지금까지 암호자산을 주로 결제와 가치 이전 수단으로 보고 자금결제법을 통해 규율해 왔다. 금융상품거래법은 증권과 투자상품의 판매, 공시, 거래 질서를 다루는 법률로 두 법은 규제 목적과 적용 방식이 다르다.
일본 금융청 금융심의회 산하 암호자산 제도에 관한 워킹그룹은 개인 이용자 사이에서 암호자산의 투자대상화가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결제수단 중심의 기존 규제만으로는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 제공과 불공정거래 감시를 충분히 다루기 어렵다는 취지다.
개정법은 암호자산을 유가증권과 구별되는 금융상품으로 다루는 방향을 택했다. 암호자산 규제를 금융상품거래법으로 옮겼다고 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곧바로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유가증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자금결제법상 암호자산 정의도 금융상품거래법으로 옮겨진다. 특정 발행자가 있는 암호자산에는 별도의 정보 공시 의무를 부과하고, 발행자가 없거나 발행자의 자금 조달을 수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거래업자가 기초 정보를 제공하는 구조다.
기존 암호자산 교환업은 금융상품거래법상 암호자산 거래업으로 재편된다. 사업자 규제와 정보 공시, 불공정거래 규율을 한 체계에서 정비하려는 조치다.
실무에서는 암호자산 대여와 취급 자산 심사, 고객 적합성 확인, 거래 심사 체계가 주요 검토 대상으로 꼽힌다. 거래업자는 상품을 취급하는 단계부터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이상 거래에 대응하는 절차를 새 규율에 맞춰 정비해야 한다.
발행자도 공시 부담의 영향을 받는다. 다만 발행 주체와 자금 조달 여부에 따라 적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어 모든 암호자산에 동일한 공시 의무가 부과되는 구조는 아니다.
가타야마 사쓰키(Katayama Satsuki) 일본 금융담당상은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서 규제 이관이 암호자산 투자를 권유하거나 정책적으로 보증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면서 건전한 혁신을 촉진한다는 것이 정부가 제시한 규제 방향이다.
이번 개편은 거래업자와 발행자에게 공시·심사 부담을 더할 수 있지만 암호자산을 기존 유가증권과 완전히 같은 틀에 넣지는 않았다.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되 암호자산의 발행·유통 구조를 별도로 반영하려는 절충으로 풀이된다.
법률 개정은 일본의 암호화폐 ETF와 세제 논의에도 제도적 기반이 된다. 다만 앞서 본지가 보도한 일본의 암호화폐 ETF 판매 구상과 실제 상품 승인·상장은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에서도 가상자산 발행·유통 공시와 불공정거래 규율을 구체화하는 후속 입법이 논의되고 있다. 일본 사례는 결제수단으로 출발한 암호자산 규제를 투자자 보호형 체계로 전환하면서도 유가증권과 별도 범주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비교 기준이 될 수 있다.
시행 시점과 세부 적용 범위, 기존 사업자의 전환 절차는 시행령과 내각부령 등 하위 규정에서 구체화된다. 암호자산 거래업자와 발행자는 이에 맞춰 정보 공시와 고객 적합성 확인, 불공정거래 대응 체계를 정비하게 된다.
검증 출처: 일본 금융청 국회 제출 법안 목록, 일본 금융청 워킹그룹 보고서,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 회의록, So & Sato 법률 분석, 크립토브리핑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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