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대 “FIMA 레포 당분간 쓸 일 없을 것”

| 류하진 기자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국내 외화유동성 여건을 고려하면 당분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외국통화당국 대상 환매조건부채권 기구(FIMA 레포)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유 부총재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FIMA 한도를 열어놓고 실제 테스트도 해서 필요하면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한은이 FIMA 레포를 사용해서 국내 금융기관에 달러를 빌려주거나 외환시장에 개입할 상황은 없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국내 외화자금시장의 유동성 압박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FIMA 레포는 외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연준에 환매조건부로 넘기고 달러를 공급받는 제도다. 시장 불안으로 달러 조달이 어려워질 때 보유 국채를 매각하지 않고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한 2020년 3월 이 제도를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2021년 7월 상설화했으며 한국은행은 같은 해 12월 600억 달러(약 85조원) 한도에서 필요할 때 이용하기로 합의했다.

유 부총재는 국내 금융기관이 원하는 만큼 달러를 빌리지 못하거나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면 한국은행이 외화자금시장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수단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를 빌려서 외환시장에 개입할 정도로 재원이 모자랐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현재까지 한 번도 FIMA 레포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도를 확보하고 실제 사용을 위한 테스트까지 마쳤지만 가동할 필요는 없었다는 의미다.

연합인포맥스의 KRW 스와프레이트-금리 분석 자료에 따르면, 3개월 차익거래유인은 7월 21일부터 8월 10일까지 마이너스를 유지했다. 내외금리차에서 스와프레이트를 뺀 차익거래유인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국내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FIMA 레포는 미국과 일본의 외환시장 공동 개입 이후 다시 부각됐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은 향후 몇 달 안에 FIMA 레포 확대를 희망한다고 밝혔고,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도 이 제도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국 중앙은행이 시장에서 미국 국채를 직접 매각하면 국채 가격과 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FIMA 레포는 국채를 연준에 맡기고 달러를 빌리는 구조여서 급박한 상황에서 보유 국채를 처분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지를 제공한다.

유 부총재는 FIMA 레포가 미국 국채의 준비자산 매력을 떨어뜨린다는 시각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연준이 FIMA 레포를 열어준 것은 미국 국채를 팔지 말란 것도 있지만, 국채금리가 높고 가격이 낮을 때 급하다고 해서 팔지 말고 우리한테 빌려 가라고 하는, 어떻게 보면 압력이 아니라 베네핏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 국채가 없으면 FIMA 레포도 못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제도가 미국 국채 보유국에 유동성 선택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국채의 급격한 시장 매각을 줄이는 장치라는 설명이다.

FIMA 레포 확대는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달러 유동성과 연결해 해석되고 있다. 아서 헤이즈(Arthur Hayes) 비트멕스 공동창업자는 11일 공개한 글에서 엔화 방어 과정의 FIMA 활용이 달러 유동성과 비트코인(BTC)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유 부총재의 발언은 한국은행이 현재 FIMA 레포를 통한 달러 공급이나 외환시장 개입을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제도 확대가 곧바로 한국 금융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은행은 600억 달러 한도와 실제 사용을 위한 테스트를 유지하고 있다. 유 부총재는 국내 금융기관의 달러 조달 여건이 현재와 같은 수준을 이어간다면 당분간 FIMA 레포를 사용할 상황은 없을 것으로 봤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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