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암호자산 대출 미카 편입 검토한다

| 최윤서 기자

유럽연합(EU)이 암호자산 대출과 차입을 가상자산시장법인 미카(MiCA) 규율 안으로 들일지 검토하고 있다. 현행 미카가 이 영역을 직접 다루지 않는 만큼, 유럽 크립토 사업자의 서비스 범위와 의무를 다시 정하는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미카 규정 재검토를 위한 표적 협의’를 통해 디파이(DeFi), 스테이킹, 암호자산 대출·차입, NFT 등 초기 미카 범위 밖에 있던 영역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다. 공식 협의 페이지의 제출 마감은 2026년 9월 30일 오후 11시59분 중부유럽서머타임으로, 한국시간으로는 2026년 10월 1일 오전 6시59분이다.

다만 같은 협의 문서에는 제출 기한이 2026년 8월 31일로 남아 있다. 일정 표기가 엇갈리는 만큼 기사 기준으로는 공식 협의 페이지의 마감 시각과 문서상 날짜가 다르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

이번 검토의 핵심은 규제 공백이다. 미카는 2024년 6월 30일부터 일부 적용됐고, 같은 해 12월 30일부터 전면 적용됐다. 암호자산 발행, 공개 제공, 거래 상장, 가상자산서비스사업자(CASP) 인가와 운영 요건을 유럽연합 차원에서 맞춘 법이다.

그러나 암호자산 대출과 차입은 처음부터 별도 규율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미카 전문 94항은 이 규정이 암호자산 대출·차입을 다루지 않는다고 적고, 동시에 해당 영역의 규제 필요성과 실행 가능성을 추가로 평가하도록 했다.

집행위 협의 문서도 이 공백을 직접 묻고 있다. 문서 67번 질문은 암호자산 대출과 차입을 규제해야 한다고 보는지 이해관계자 의견을 요구한다. 이는 대출 상품 자체를 미카상 별도 서비스로 둘지, 기존 사업자 의무 안에서 관리할지 가르는 쟁점이다.

미카에서 말하는 가상자산서비스사업자는 거래소, 수탁, 주문 집행, 이전, 자문 등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뜻한다. 유럽에서 인가를 받은 사업자는 국경을 넘어 영업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지만, 고객 자산 보호와 이해상충 관리, 정보 제공 의무도 함께 부담한다.

대출·차입은 이 구조와 맞물릴 때 복잡해진다. 사업자가 고객 예치 자산을 대출 프로그램에 활용하거나, 제3자에게 빌려주는 구조를 붙이면 단순 보관 서비스와 수익형 상품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 통상 이런 상품은 수익 배분, 손실 부담, 담보 관리 방식에 따라 이용자 보호 문제가 달라진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도 이 문제를 별도 질의응답 목록에 올렸다. ESMA 검색 페이지에는 ‘미카 아래 암호자산 대출 서비스’라는 제목의 Q&A 2883이 2026년 6월 18일 등록돼 있고, 2026년 7월 10일 공개된 새 Q&A 공지에도 같은 항목이 포함됐다.

다만 공개 검색으로 확인되는 범위는 해당 질의가 올라왔다는 사실까지다.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어떤 조건을 적용할지에 대한 세부 답변은 법률 실무 해설을 통해 논의되고 있다.

법률 실무 해설은 미카가 대출·차입을 별도 서비스로 직접 규율하지 않더라도, 가상자산서비스사업자가 이를 함께 제공하면 정직·공정·전문성 의무와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의무를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고객 자산을 활용하는 구조라면 사전 동의와 수익·위험 귀속을 둘러싼 설명 의무가 핵심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국내 독자에게도 이 논의는 규제 범위의 문제로 이어진다. 유럽에서 미카 인가를 받아 영업하는 거래소·수탁·중개 사업자가 대출 상품을 붙일 경우, 그 서비스가 법의 빈칸에만 머무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본지는 유럽연합 미카 승인 사업자 명단이 321곳으로 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인가 이후의 경쟁은 단순 등록보다 어떤 서비스를 어떤 의무 아래 제공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유럽연합에서 암호자산 사업자의 인가와 영업 기준을 통합한 미카 체계가 확대되면서, 사업자들은 결제, 수탁, 중개, 대출형 상품을 어떤 법적 권한 아래 나눌지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코인데스크는 이번 재검토가 업계에서 ‘미카 2.0’으로 불린다고 전했다. ESMA 중심의 감독 집중은 회원국별 해석 차이를 줄일 수 있지만, 산업을 더 관료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리걸(PwC Legal)은 이번 협의가 디파이, 스테이킹, 대출, NFT, 토큰화 예금까지 다룬다며 기업들이 데이터에 기반한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고 짚었다. 규제 명확성을 원하는 사업자와 추가 의무를 우려하는 사업자가 같은 협의 절차 안에서 서로 다른 요구를 낼 가능성이 있다.

이번 절차는 확정 규제 발표가 아니다. 집행위 협의 문서는 그 자체가 최종 정책 입장이나 공식 입법 제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응답 결과는 미카 적용 보고서와 향후 정책 작업에 쓰이며, 공식 협의 페이지 기준 의견 제출은 한국시간 2026년 10월 1일 오전 6시59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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