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009450)이 협력업체 온도센서 도면을 바탕으로 유사 도면을 만들고 이를 경쟁업체에 제공한 행위로 과징금 5억원을 부과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가정용 난방기기 제조업체 경동나비엔의 기술자료 유용 등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5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경동나비엔은 난방기기 부품 구매 단가를 낮추기 위해 온도센서 협력업체 이원화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협력업체가 2017년 제출한 온도센서 도면 3종을 참고했다.
경동나비엔은 이후 2024년 3월 이와 유사한 자사 도면을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협력업체와 협의하거나 동의를 받는 절차는 거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는 2024년 4월 이 도면을 기존 협력업체의 경쟁업체에 제공했다. 공정위는 두 도면이 외관뿐 아니라 세부 치수와 규격까지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기술자료 유용은 단순한 자료 요구와 구분된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취득한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자신이나 제3자를 위해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는 납품 과정에서 제출된 자료라도 원사업자가 비용 절감이나 거래처 변경 목적으로 임의 활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협력업체가 보유한 설계·제조 관련 정보가 거래상 지위 차이 때문에 외부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경동나비엔은 기술자료 요구 절차에서도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3월부터 2019년 8월까지 4개 협력업체로부터 관리계획서 12건을 전자우편 등으로 요구해 받으면서 요구 목적, 권리 귀속 관계, 대가 등을 적은 서면을 주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들 행위가 하도급법 제12조의3 제4항과 제2항에 각각 위반된다고 봤다. 이번 사건은 생활가전 분야 직권조사에서 적발됐다.
공정위는 구매 단가 절감을 위한 협력업체 이원화 과정에서 협력업체 기술자료를 무단 사용해 유사 자료를 만들고 경쟁사업자에게까지 제공한 행위를 제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도급 거래에서는 원사업자가 품질 관리나 납품 기준 확인을 이유로 협력업체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기술자료 요구가 정당하더라도 목적과 권리 관계, 대가를 서면으로 남기지 않으면 분쟁 소지가 커진다.
국내 기업 제재에서는 과징금 규모뿐 아니라 자료 요구 절차와 사후 사용 범위가 함께 쟁점이 된다. 본지는 앞서 판촉비 부담 전가와 경쟁 점포 매출 정보 요구로 과징금이 부과된 사례를 전한 바 있다.
경동나비엔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2635억원, 당기순이익은 822억원, 자산총액은 1조845억원이다.
공정위는 협력업체의 기술자료가 원사업자의 비용 절감이나 거래처 변경 등을 목적으로 부당하게 활용되지 않도록 중소기업 대상 기술탈취 행위를 계속 감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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