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조달러 무기한 선물, SEC·CFTC 경계에 섰다

| 류하진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암호화폐 파생상품과 수탁 규칙을 동시에 손보면서 감독 경계와 중복 규제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해외에서 커진 무기한 선물 시장을 미국 규제권 안에서 어떻게 다룰지가 핵심이다.

디크립트(Decrypt)는 SEC와 CFTC가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 처리와 별도로 스왑, 증권기반 스왑, 무기한 선물 등 신종 파생상품의 분류와 관할 기준을 검토하고 있다고 8월 31일(현지시간) 전했다. 두 기관은 6월 18일 공동 의견수렴 공고에서 파생상품 정의와 해석, 관할 경계, 대체 준수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쟁점은 암호화폐 무기한 선물을 어느 규제 틀 안에 둘지다. 무기한 선물은 만기일이 없는 파생상품으로,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 규모가 커졌지만 미국 내 규제 체계에서는 상품 성격, 증권 성격, 거래소 등록 요건이 겹칠 수 있다.

스왑과 증권기반 스왑은 기초자산과 계약 구조에 따라 감독 주체가 달라질 수 있다. 암호화폐처럼 자산 성격 자체를 두고 해석이 갈리는 분야에서는 같은 상품이라도 거래 장소와 설계 방식에 따라 적용 규정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

전직 규제당국 인사들은 8월 27일 SEC와 CFTC에 제출한 공동 의견서에서 특정 상품의 분류 자체에는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신 경제적 실질과 실제 결과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 지안카를로(Chris Giancarlo) 전 CFTC 위원장, 브라이언 퀸텐즈(Brian Quintenz) 전 CFTC 위원, 샤론 브라운-흐루스카(Sharon Brown-Hruska) 전 CFTC 위원, 스티븐 월먼(Steven Wallman) 전 SEC 위원, 체스터 스패트(Chester Spatt) 전 SEC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의견서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유사한 위험은 비교 가능한 대우를 받아야 하며, 같은 위험을 겨냥한 중복 요건은 반복이 아니라 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 미국 시장 경쟁력은 정파적 쟁점이 아니라고 했다. 규제 목적은 유지하되 같은 위험에 여러 규정이 겹쳐 비용만 키우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는 취지다.

의견서가 경고한 대목은 규제가 거래 수요 자체를 없애지 못하고 장소만 옮길 수 있다는 점이다.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Kalshi)는 2025년 해외 무기한 선물 거래 규모가 90조 달러(약 12경3210조원)를 넘었고 2023년 약 28조 달러(약 3경8332조원)와 비교해 늘었다고 추산했다.

의견서는 이 수치가 미국으로 옮겨올 물량을 뜻하지는 않지만, 미국 밖에 큰 시장이 존재한다는 점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규제 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거래소 등록, 상품 설계, 위험관리 기준이 함께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SEC는 수탁 규칙도 별도로 검토하고 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 산하 정보규제심사국(OIRA) 공개 자료에는 SEC가 투자자문사와 투자회사에 적용되는 수탁 규정을 현대화하고 암호화폐 자산 보관 문제를 다루는 개정안을 검토 중이라고 올라와 있다.

해당 안건의 예정 고시 시점은 2026년 10월이다. 이는 SEC가 암호화폐 수탁 규칙 개정 절차를 다시 시작한 흐름과 이어지는 사안이다.

수탁 규칙은 고객 자산을 누가, 어떤 요건으로 보관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장치다. 암호화폐 자산은 지갑 관리와 회계 처리, 적격 수탁기관 요건이 함께 맞물려 있어 투자자문사와 투자회사에는 실무 부담이 큰 영역이다.

SEC가 추진 중인 ‘Regulation Crypto Assets’도 연방 관보에 게재됐다. 연방 관보는 이 제안이 일부 암호화폐 자산 투자계약에 맞춘 공모 규칙을 만들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투자계약상 증권 범위에서 제외되는 조건부 세이프하버를 담는다고 밝혔다.

이번 논의는 클래리티 법안과 SEC·CFTC의 임시 규칙 움직임이 함께 부각됐던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법안이 의회에서 매듭지어지기 전에도 두 기관은 파생상품 정의, 수탁, 발행 규칙을 각자 또는 공동 절차로 다루고 있다.

국내 투자자와 사업자에게도 이 문제는 미국 플랫폼의 상품 설계와 글로벌 거래소의 미국 진입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Regulation Crypto Assets 의견 제출 기한은 2026년 10월 20일이며, 수탁 규칙 개정안은 2026년 10월 고시가 예정돼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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