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갱단 코인 키 금고 은닉…EU, 2027년 익명 금고 금지

| 정민석 기자

아일랜드 범죄조직이 비트코인(BTC) 지갑을 여는 시드 문구와 개인키를 사설 금고에 숨기는 정황이 포착됐다. 현금과 고가 시계, 여권까지 같은 공간에 함께 보관하는 방식으로, 핵심은 코인 자체가 아니라 지갑에 접근하는 열쇠를 물리적으로 떼어놓는 데 있다.

마이클 거빈스(Michael Gubbins) 아일랜드 범죄수익환수국(CAB, Criminal Assets Bureau) 국장은 수사 과정에서 이런 관행을 파악해 정부의 자금세탁방지 조정기구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범죄조직이 암호화폐에 "그 자체로 익명성이 따라붙는다"고 믿는다면서도, 가격 변동성과 비밀번호 분실 위험을 함께 안고 있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코인 보유량보다 열쇠 은닉에 더 공을 들이는 범죄조직의 셈법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CAB는 마약 밀매·절도·사기·자금세탁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박탈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기관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2026년 6월 개정한 자금세탁방지 조정기구 기준에서 CAB를 상설 구성원으로 뒀다.

이번 정황은 유럽연합 차원의 규제 움직임과 맞물린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새 자금세탁방지 패키지에서 1만유로 이상 현금 결제를 제한하고 귀금속·보석 등 고가품 거래에 더 강한 고객확인 의무를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 낚싯대 케이스에 숨겼다 잃어버린 개인키

CAB와 유로폴은 2019년 비트코인 지갑 12개를 압수했다. 아이리시타임스는 이 가운데 첫 번째 지갑이 2026년 3월 열려 약 500 BTC, 당시 시세로 약 3,000만유로 상당이 회수됐다고 전했다. 나머지 지갑은 오랫동안 열리지 않았는데, 개인키가 낚싯대 케이스에 숨겨졌다가 분실된 것으로 전해졌다.

첫 지갑을 여는 데만 압수 시점부터 7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종이 한 장, 메모 하나가 수사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나머지 지갑들의 접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 "블록체인보다 키 관리가 관건"

코인두(Coindoo)는 범죄조직이 블록체인 자체보다 키 보관과 실물 은닉에 더 신경 쓰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해석을 내놨다. 실물 금고가 키 관리와 자산 몰수 사이에 새로운 장벽을 만든 사례라는 것이다.

통상 수사기관은 지갑 주소를 통해 자금 흐름을 추적할 수 있지만, 시드 문구나 개인키 없이는 실제 자산을 이전하거나 매각할 수 없다. 범죄조직이 코인 자체보다 열쇠 은닉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온체인 자산 보관에서도 키 관리는 핵심 리스크로 꼽혀 왔다. 앞서 베다(Veda) 최고경영자는 온체인 볼트의 진짜 위협이 스마트컨트랙트가 아니라 키 관리라고 밝힌 바 있다. 실물 금고든 온체인 볼트든, 자산 통제권이 결국 키 하나에 걸려 있다는 구조는 다르지 않은 셈이다.

사설 금고를 빌리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관건은 금고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그 물건이 범죄수익을 통제하는 수단인지다.

금고에 든 것은 코인이 아니라 접근 정보이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실제 소유와 점유를 입증하려면 별도 절차가 필요하다. 지갑에 잔액이 남아 있다는 사실과, 그 잔액을 옮길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증명하는 일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관련 법률 요약본은 2027년부터 익명 은행·결제 계좌뿐 아니라 사설 금고와 암호화폐 자산 계좌도 익명으로 유지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은행 계좌와 마찬가지로 금고 임대인과 암호화폐 자산 계좌 보유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가 의무화되는 셈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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