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과세를 앞두고 거래 유형별 소득 구분과 취득원가 확인 절차, 손실 이월공제 기준을 먼저 정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는 30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열린 ‘2027 가상자산 과세 유예, 시행시기는?’ 정책세미나에서 “기본법을 제정하고 관련 제도와 과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한 뒤 과세 시점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블록미디어는 전했다.
강 교수는 같은 디지털자산이라도 보관하거나 빌려주는 경우, 검증에 참여하거나 지분·수익권을 얻는 경우에 따라 경제적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의 법적 성격을 먼저 구분해야 과세 기준도 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는 “자산과 서비스의 법적 분류를 기본법에서 정리한 뒤 세법상 소득 구분, 실현 시점, 원가 승계로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리와 통제가 이전되는 시점을 구분하지 않으면 양도 시점과 소득 분류를 일관되게 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스테이킹과 에어드롭, 탈중앙화금융(DeFi) 등 거래 방식별 기준도 필요하다고 했다. 보상을 받는 경우와 자산을 교환하는 경우, 새로운 권리를 얻는 경우를 나눠 소득의 성격과 발생 시점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외 거래의 과세 형평성도 과제로 제시했다. 강 교수는 국내외 현물과 파생상품, 탈중앙화 거래를 경제적 기능에 따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현물거래와 해외 선물거래 등의 기준이 달라 거래 장소와 상품 유형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취득원가를 확인하는 절차도 쟁점으로 꼽았다. 국내 거래소에서 산 자산을 개인 지갑이나 해외 거래소로 옮기면 최초 취득가격과 실제 손익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개인 지갑이나 해외 플랫폼을 거친 자산은 입금가격과 실제 취득원가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취득원가를 우선 인정하고 자산 이동 과정에서도 원가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거래기록의 생성·보존·이전·정정 의무를 기본법에 담아 세법과 연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거래소와 개인 지갑 사이에서 자산을 옮길 때 취득원가를 입증할 절차를 마련하고, 거래소 간 이동이나 상속·증여 과정에서 원가가 누락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거래소의 세무자료 제출 의무와 이용자에게 정확한 거래기록을 제공할 책임도 함께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세에 필요한 자료 확보와 납세자의 거래 내역 확인을 모두 제도에 담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손실 처리와 관련해서는 증빙 가능한 실현손실에 최소 5년간 이월공제를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실제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손실을 확인하고 이후 연도의 이익에서 공제하는 방식이다.
현행 체계에서는 같은 해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합산할 수 있지만, 손실을 다음 해로 넘겨 공제할 수는 없다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 연도별 수익 변동이 큰 디지털자산의 특성을 반영하려면 이월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강 교수는 단순히 시행 날짜만 미루는 데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과세 시점을 늦출 경우 담당 기관과 완료 과제, 검증 일정을 국회에 보고하고 미이행 사항도 공개적으로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해외 거래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세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앞서 디지털자산기본법 통과 뒤 과세를 시행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현행 일정상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 과세는 2027년 1월 1일 이후 발생분부터 적용된다. 첫 신고는 2028년 5월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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