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과 호주가 8년 협상 끝에 대규모 무역협정을 체결하며 관세 장벽을 대폭 낮추고 공급망 협력을 강화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핵심 광물 확보와 경제 관계 다변화가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가 심화되는 가운데 주요 동맹국 간 경제 협력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24일 CNBC에 따르면 유럽연합(EU)과 호주는 약 8년에 걸친 협상 끝에 대부분의 관세를 철폐하는 포괄적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이번 협정에 따라 EU는 와인, 유제품, 밀, 보리, 해산물 등 호주산 수출품에 대한 관세 약 98%를 철폐할 예정이다. 반대로 호주는 유제품, 자동차, 화학제품 등 EU 제품에 대해 99% 이상의 관세를 제거하기로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협력과 우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EU와 호주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가깝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번 주 초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만나 2018년 시작된 협상을 최종 마무리했다. 협상은 2023년 양고기와 소고기 수출 쿼터, 핵심 광물 접근성, 관세 인하 수준을 둘러싼 이견으로 중단된 바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 이후 협상이 다시 속도를 냈다.
협정 체결로 향후 10년간 EU의 대호주 수출은 최대 33% 증가해 연간 177억유로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EU는 2024년 기준 호주와의 상품 무역에서 280억유로 흑자를 기록했다.
EU는 주로 호주로부터 광물과 농산물을 수입하고 기계, 운송장비, 화학제품 등을 수출하는 구조다. 이번 협정으로 대부분의 호주산 제조품과 광물 자원은 EU 시장에서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또한 EU는 호주의 두 번째 외국인 투자국으로서 이번 협정을 통해 투자 규모가 87%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정에는 특정 품목 수입 급증 시 EU 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세이프가드 조항도 포함됐다. 동시에 양측은 위기 대응, 해양 안보,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EU는 알루미늄, 리튬, 망간 등 핵심 원자재 공급을 확보하게 됐다. EU는 핵심 광물 거래가 지정학적·경제적 충격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하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U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 왔으며 이번 협정은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최근 EU는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무역 파트너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동맹국 대상 군사 행동은 기존 글로벌 무역 질서를 흔들며 동맹 간 긴장을 높였다.
서방 국가 지도자들은 초강대국 중심의 일방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중견국 간 협력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 역시 유럽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란 전쟁이 가져온 지정학적·경제적 충격에서 자유로운 국가는 없다”고 밝혔다.
EU는 올해 인도와 90% 이상의 품목 관세를 완화하는 무역협정을 체결했으며 인도네시아와의 협정도 마무리했다. 남미 메르코수르 국가들과의 협정 역시 5월부터 잠정 발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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