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임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향해 기준금리를 올리지 말고 오히려 내려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미국 통화정책을 둘러싼 정치권의 압박이 다시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방송된 미국 NBC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저금리 환경 속에서 성장해 왔다며 금리 인상은 그 성과를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워시 의장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인물이라고 말하면서도, 경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금리를 즉시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금리를 낮춰 성장 흐름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다.
이번 발언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최근 시장 분위기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 쪽으로 조금씩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5일(현지시간) 5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보다 17만2천명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8만명을 큰 폭으로 웃도는 수치다. 고용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것은 미국 경기가 아직 버틸 힘이 있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에, 물가가 다시 오를 경우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낮추기보다 높게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할 여지가 생긴다.
여기에 중동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물가 안정과 고용 유지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보는데, 최근에는 노동시장보다 물가가 더 큰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베스 해먹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5일 최근 흐름이 이어지면 머지않아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시장이 대체로 균형 상태에 있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이 더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워시 의장은 오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현재 3.5∼3.75% 수준인 기준금리를 1%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전임 제롬 파월 의장에게도 금리 인하 속도가 늦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실제 정책 결정은 고용, 소비, 물가, 국제유가 같은 지표를 종합해 이뤄지는 만큼, 워시 의장이 정치적 요구와 물가 불안 사이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시장의 핵심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미국의 물가 지표와 에너지 가격 움직임에 따라 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살아날 수도, 반대로 긴축 기조가 더 길어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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