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고령층은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평균 52.9세에 물러나지만 실제로는 73.4세까지 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할 의사와 법정 정년, 연금 수급 시작 시점 사이의 간격이 크다는 뜻으로, 은퇴 이후에도 상당 기간 노동시장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8일 국민연금연구원이 내놓은 ‘퇴직 후 중·고령층의 재취업과 일자리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중·고령층 취업 경험자가 가장 오래 일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평균 연령은 52.9세였다. 반면 앞으로 일하길 희망하는 나이는 평균 73.4세로 조사됐다. 장래 근로 희망 비중도 69.4%에 달했다. 일을 계속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 부담이었다. 근로 희망 사유는 생활비 보탬이 54.4%로 가장 많았고, 일하는 즐거움이 36.1%, 무료함 해소가 4.0%로 뒤를 이었다. 공적연금만으로는 노후 생활을 안정적으로 꾸리기 어렵다는 현실이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퇴직이 이른 나이에, 그것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2025년 기준 주된 일자리 퇴직 사유를 보면 사업 부진이나 휴·폐업이 28.7%로 가장 높았고, 건강 문제 18.6%, 가족 돌봄 16.0% 순이었다. 정년퇴직은 9.8%에 그쳤고, 스스로 충분히 일했다고 판단해 그만둔 경우는 2.8%에 불과했다. 권고사직과 정리해고, 사업 부진 등을 합친 비자발적 퇴직 비중은 75.1%였다. 이는 많은 중·고령층이 노후 계획을 충분히 세우지 못한 상태에서 소득원을 먼저 잃고, 이후 재취업을 통해 공백을 메우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취업 자체는 생각보다 빠르게 이뤄지는 편이다. 보고서는 국민노후보장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중·고령 퇴직자의 약 80%가 이전 일자리를 그만둔 뒤 2년 안에 다시 취업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퇴직 후 5년이 지나도 미취업 상태에 머무는 비율은 10% 수준이었다. 다만 새 일자리를 찾을 가능성은 퇴직 직후 2개월 시점과 12개월 시점에 크게 높아졌고, 1년이 지나면 다시 취업할 확률이 뚜렷하게 떨어졌다. 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고용시장에서 생산성 저하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이른바 낙인 효과가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재취업 지원은 퇴직 초기에 집중될수록 효과가 클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재취업의 속도와 별개로 일자리의 질에서 연령별 차이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2009년 이후 퇴직자는 이전보다 더 짧은 기간 안에 재취업에 성공했는데, 이는 고령층 노동 수요 확대와 구직 공급 증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일자리 사업 확충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60대는 취업자와 임금근로자 비중이 늘고 정규직 비중, 사회보험 가입률, 실질임금 지표도 개선됐다.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실질임금 증가율은 60대가 80%로 가장 높았다. 반면 70대는 계약직과 시간제 일자리 비중이 빠르게 커졌고 사회보험 가입률도 낮아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고용 구조에 놓인 것으로 분석됐다. 공적연금 수준에 따라서도 재취업 행태는 달랐다. 국민연금 노령연금 가입자와 수급자는 미가입자나 특수직역연금 대상자보다 노동시장 재진입 성향이 높았지만,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수급자는 연금액이 높을수록 재취업 확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국민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수준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런 구조를 고려하면 획일적인 고령층 고용 대책보다 시기와 연령, 경력 특성에 맞춘 일자리 매칭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퇴직 직후 1년 이내 구직자에게는 상담과 연결 중심의 저비용 지원을, 1년 이상 장기 미취업자에게는 직업훈련과 고용보조금을 강화하는 식의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기대수명 연장과 연금 불안, 정년과 실제 은퇴 시점의 괴리가 계속되는 한 더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고령층이 오래 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전제로, 얼마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느냐가 노후소득 보장 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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