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8월 20일부터 시행하려던 가족관계증명서 인터넷 발급 과정의 금융권 스크래핑 차단을 한시적으로 미루기로 하면서, 금융소비자가 당장 관련 서류를 직접 떼어 제출해야 하는 불편은 일단 피하게 됐다.
법원행정처는 12일 공지를 내고, 31일까지 유예를 신청한 금융기관 등에 준비 시간을 주기 위해 해당 조치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금융 현장에서 가족관계증명서가 대출, 상속, 각종 본인·가족 확인 절차에 폭넓게 쓰인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도가 갑자기 바뀌면 금융사 업무뿐 아니라 소비자 민원도 한꺼번에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셈이다.
스크래핑은 이용자의 아이디, 비밀번호, 인증정보를 바탕으로 금융사 같은 대리인이 필요한 정보를 가져오는 방식이다. 그동안 편의성은 높았지만, 필요 이상의 개인정보가 한꺼번에 수집되거나 인증정보가 외부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에 맞춰 8월 20일부터 금융사 등이 공공시스템 운영기관 정보를 가져올 때 스크래핑 대신 에이피아이(API·프로그램 간 연동 방식)로 전환하도록 유도해 왔다.
다만 제도 전환 과정은 기관마다 속도가 다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에이피아이가 아직 구축되지 않은 기관의 경우, 금융사와 해당 기관이 사전 협의를 거치면 구축이 완료될 때까지 스크래핑을 한시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법원은 가족관계증명서 인터넷 발급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과 가족관계등록법 등을 검토한 결과 이런 사전 협의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당초에는 20일부터 스크래핑을 전면 제한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문제는 대체수단이 충분히 자리 잡기 전까지 생길 수 있는 공백이었다. 가족관계증명서 스크래핑이 막히면 일부 금융업무에서 소비자가 직접 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할 가능성이 컸다. 법원행정처도 가족관계증명서 인터넷 발급에서 스크래핑을 허용하기 어렵다는 기존 판단은 유지하면서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금융위원회와 함께 소비자 불편을 줄일 방안을 계속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공공 마이데이터 확대와 전자문서지갑 같은 대체 수단으로 사업자별 전환이 마무리될 때까지 한시적 유예를 포함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유예는 개인정보 보호 강화라는 정책 방향과 금융 현장의 실무 편의 사이에서 속도 조절에 나선 조치로 볼 수 있다. 앞으로는 금융권이 에이피아이 연계, 공공 마이데이터, 전자문서지갑 같은 대체 체계를 얼마나 빠르게 정착시키느냐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불편을 줄이는 완충 장치가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공공서류 제출 방식 전반이 스크래핑 중심에서 보다 통제된 디지털 연계 방식으로 옮겨가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