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파운드리스, 美에 23조 투자… 'AI발 반도체 전쟁' 본격화

| 김민준 기자

글로벌파운드리스(GFS)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강화하기 위해 160억 달러(약 23조 원)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대규모 투자계획은 자국 제조업 강화를 촉구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인공지능(AI) 시장의 수요 폭증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다.

미국 뉴욕주 몰타에 본사를 둔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삼성전자나 TSMC만큼 주목받지는 않지만, 애플(AAPL)과 AMD(AMD) 등 주요 기술 기업에 필수 반도체를 공급하는 숨은 핵심 공급망 기업이다. 회사는 이번 투자를 통해 현재 보유 중인 뉴욕과 버몬트 지역 생산시설의 확장 및 현대화에 130억 달러(약 18조 7,000억 원)를 사용하고, 최근 출범한 뉴욕 첨단 패키징·포토닉스 센터에도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R&D)에도 30억 달러(약 4조 3,000억 원)를 별도로 배정해 차세대 갈륨나이트라이드(GaN) 전력소자, 실리콘 포토닉스, 패키징 기술 혁신을 이끌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팀 브린(Tim Breen) 글로벌파운드리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내에서 최첨단 반도체를 설계하고 제조하는 기술 리더들과 협력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AI 기술 성장세는 우리의 제품에 대한 수요를 장기적으로 견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계획은 공급망 복원과 기술 주권 확보라는 미국 정부 기조와도 맞물려, 향후 반도체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미중 기술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러한 투자가 국내 제조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글로벌파운드리스 주가는 이번 투자 발표 후 약 2.5% 상승했지만,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약 12% 하락한 상태다. 그러나 AI 관련 부품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제조 기반을 갖추게 되면, 주가 반등 가능성도 점쳐진다.

AI 급성장이 촉매가 된 이번 투자는 단순한 시설 확장을 넘어 미국 반도체 생태계를 다시 한번 재편할 수 있는 전략적 행보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