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트르·수세, ‘주권형 클라우드’로 하이퍼스케일러 락인 대안 부상

| 박서진 기자

글로벌 기업들의 AI 확장 전략이 다시 같은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성능은 높여야 하지만,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고 누가 통제하는지까지 보장할 수 있는 클라우드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벌트르(Vultr)의 최고마케팅책임자 케빈 코크런(Kevin Cochrane)은 최근 SUSECON 2026 인터뷰에서 기업들의 AI 도입이 ‘실험 단계’를 넘어 ‘구현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에이전트형 AI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하려는 기업들에는 성능과 규제 준수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벌트르와 수세(SUSE)의 협력이 이런 수요에 대응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세의 쿠버네티스 관리 및 AI 운영 소프트웨어에 벌트르의 클라우드 컴퓨팅, GPU, 베어메탈 서비스를 결합해 전 세계 32개 리전에 걸친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특정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에 종속되는 ‘락인’을 줄이면서도, 글로벌 확장성과 운영 효율을 함께 확보하는 데 있다.

“기존 대형 클라우드보다 50~90% 저렴”

코크런은 비용 경쟁력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벌트르의 서비스가 전통적인 하이퍼스케일러 대비 50~90% 낮은 비용 구조를 제공하며, AI 인프라 스택 기준으로는 최근 벤치마크에서 ‘달러당 성능’이 82%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가격 인하 경쟁이라기보다, AI 워크로드가 커질수록 기업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성능 대비 비용’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추론과 학습, 에이전트형 서비스 운영은 대규모 연산 자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만큼, 인프라 단가 차이가 전체 운영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런 수치가 후원 인터뷰에서 제시된 자체 설명이라는 점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실제 도입 효과는 기업별 워크로드 구조, 리전 배치, GPU 수급 상황, 운영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핵심은 ‘데이터 주권’… 지역 밖 반출 차단

이번 협력에서 더 주목되는 대목은 ‘데이터 주권’이다. 국가별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은 데이터를 특정 지역 안에만 저장하고 처리해야 하는 요구를 더 자주 받고 있다. 벌트르는 ‘오토노머스 존’ 구조를 통해 데이터가 지정된 지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서비스를 운영하면서도 데이터 거주성, 즉 데이터가 물리적으로 어느 국가와 지역에 남아 있는지를 통제하려는 기업들에 중요한 요소다. 특히 금융, 공공, 헬스케어처럼 규제가 강한 산업에서는 AI 성능 못지않게 데이터 통제권이 실제 도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코크런은 분산된 글로벌 환경에서 인프라를 확장할수록, 가장 낮은 비용과 높은 운영 효율로 여러 지역을 동시에 관리하는 역량이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벌트르의 대규모 인프라 운영 능력과 수세의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조합이 ‘기업용 AI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AI 인프라 경쟁, 이제는 ‘개방성’과 ‘통제권’ 싸움

이번 발언은 AI 인프라 시장의 경쟁 구도가 단순히 GPU 확보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개방형 생태계, 비용 예측 가능성, 데이터 주권, 멀티리전 운영 능력이 함께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기업 고객 입장에서는 AI 서비스 확대 속도가 빨라질수록 특정 사업자 의존도를 낮추고 규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구조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벌트르와 수세의 협력은 이런 흐름 속에서 ‘주권형 클라우드’가 하나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AI 상용화가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클라우드 인프라는 더 이상 단순한 서버 공급 문제가 아니다. 어디서, 누구의 통제 아래, 어떤 비용 구조로 AI를 운영할 것인지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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