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주권형 AI로 통신 업계 '테크코 전환' 가속

| 김민준 기자

전 세계 통신업계가 단순한 네트워크 제공자를 넘어 종합 기술기업으로 탈바꿈할지 갈림길에 선 가운데, 인도네시아 최대 이동통신사 가운데 하나인 인도삿 우레두 허치슨이 ‘주권형 AI’를 앞세워 본격적인 ‘테크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1만7,000여 개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 전역에 디지털 접근성을 확대하려는 이 프로젝트는 인공지능 기술 도입을 넘어 조직 구조와 업무 방식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작업으로 번지고 있다.

실제 인도삿 우레두 허치슨은 응용 AI 솔루션 기업 퀀티파이와 구글과 손잡고 인도네시아 현지 언어 환경에 최적화된 주권형 AI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영어 중심 모델이 아닌 바하사 인도네시아어와 다양한 지역 언어를 지원하는 개방형 대규모언어모델 생태계를 통해, 수도권과 대도시에 쏠렸던 디지털 인프라의 혜택을 전국으로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하르시니 인판타 퀀티파이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 인텔리전스 부문 부실장은 최근 더큐브 인터뷰에서 “한 국가의 디지털 주권을 논한다는 것은 그 나라 시민의 일상과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라며 “기술은 눈에 띄지 않을 때 비로소 진정한 변화를 만든다”고 말했다. 기술 자체보다 사용성과 자연스러운 확산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비샬 굽타 인도삿 우레두 허치슨 최고 테크코 전환·조달 책임자도 AI 도입을 단순한 혁신이 아닌 ‘조직의 재구상’으로 규정했다. 그는 “몇 년 안에 에이전트 노동자의 수가 인간 노동자의 두 배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며 “조직 설계 자체가 바뀌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AI가 특정 부서의 생산성 도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력 운영과 의사결정 체계 전반을 흔드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테크코 전환’의 배경에는 인도네시아 특유의 시장 구조가 있다. 수천 개 섬으로 분산된 지리적 특성상 통신망 구축 비용이 높고, 지역별 언어와 문화도 다양해 일률적인 디지털 서비스 모델이 통하기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인도삿 우레두 허치슨과 고투는 ‘사하바트-AI’를 출범시켜 인도네시아어와 복수의 지역 언어를 지원하는 오픈소스 AI 모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굽타는 이를 두고 ‘디지털 식민화’를 막기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인도삿 우레두 허치슨은 여기에 더해 엔비디아의 인도네시아 내 주권형 클라우드 사업자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와 모델, 연산 인프라를 자국 내에서 통제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최근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생성형 AI 경쟁이 심화될수록 데이터 주권과 규제 대응 역량을 중시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인도네시아의 이번 행보는 동남아 AI 전략의 시험대로 읽힌다.

다만 주권형 AI가 곧바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술만큼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것이 조직 내 신뢰 형성이다. 굽타에 따르면 인도삿은 최고경영진부터 시작해 차상위 리더 100명까지 범위를 넓히며 분기마다 이틀 일정의 AI 몰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AI를 현장에 얹는 것보다 먼저 경영진과 실무진이 변화의 속도와 위험을 함께 이해하도록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퀀티파이 역시 확산보다 앞서 ‘통제 가능한 AI’ 구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인판타는 “고속차를 몰 때 엔진보다 브레이크 시스템을 더 신뢰해야 하듯, 에이전트가 의도한 대로 움직이는지 관찰하고 검증하는 체계가 표준화돼야 확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업 현장에서 에이전틱 AI 도입이 기대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 이유로 거버넌스와 관측 가능성 부족이 꼽히는 만큼, 이 발언은 업계 전반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시장조사업계에서도 비슷한 시각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클라우드·AI 업계는 생성형 AI를 실서비스에 접목하는 단계를 넘어, 자율형 에이전트를 조직 운영에 어떻게 안전하게 편입할지에 초점을 옮기고 있다. 특히 통신사는 방대한 가입자 데이터와 실시간 네트워크 운영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AI 적용 여지가 크지만, 동시에 규제와 보안, 현장 운영 리스크도 큰 업종으로 분류된다. 이런 점에서 인도삿의 ‘테크코 전환’은 단순한 신사업 확대가 아니라 통신사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 실험에 가깝다.

결국 인도네시아 사례는 AI 경쟁의 승부처가 모델 성능을 넘어 현지화, 데이터 주권, 조직 재설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인도삿 우레두 허치슨과 퀀티파이, 구글의 협업이 전국 단위 디지털 포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통신사가 네트워크 사업자에 머물지, 아니면 ‘주권형 AI’를 무기로 한 기술기업으로 진화할지는 앞으로 동남아 시장 전반의 ‘테크코 전환’ 흐름을 가늠하는 핵심 잣대가 될 전망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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