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피리언, 생성형 AI 비서 ‘EVA 3.0’ 출시…신용평가 넘어 금융 기술기업 전환

| 강수빈 기자

익스피리언이 최신 ‘익스피리언 가상 비서(EVA) 3.0’을 내놓으며 단순 신용평가 회사를 넘어 AI 기반 금융 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소비자 데이터를 더 정교하게 활용하되, 개인정보 보호와 규제 준수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데 있다.

이번 개편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소비자가 자신의 신용점수뿐 아니라 일상 지출과 전체 재무 상태의 연관성을 더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연결된 금융계좌와 오픈뱅킹 연동을 바탕으로 반복 결제 중인 구독 서비스를 찾고, 소비 패턴을 분석하며, 서비스 해지나 청구서 협상 같은 행동까지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잭 유 익스피리언 생성형 AI 제품관리 총괄은 “생성형 AI의 출력도 신용 데이터와 동일한 수준의 엄격함으로 다룬다”며 “초기 설계 단계부터 거버넌스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특히 EVA가 단순 응답형 챗봇을 넘어 실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비서를 통해 신용정보 동결 절차를 시작할 수 있고, 이 과정에는 명시적 확인 단계 같은 안전장치가 포함된다.

규칙 기반 챗봇 한계 넘은 생성형 AI 전환

익스피리언이 EVA에 본격적으로 AI를 접목한 구상은 생성형 AI가 대중적 주목을 받기 시작한 2022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 버전은 규칙 기반 챗봇에 가까웠고, 주로 신용점수 개선 방법을 안내하는 제한적 기능에 머물렀다.

하지만 서비스가 확장되고 소비자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졌다. 대규모 언어모델의 등장은 사용자가 금융 데이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할 기회가 됐다는 설명이다. 데비 수 익스피리언 소비자 서비스 부문 제품 총괄 부사장은 “소비자가 우리와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봤다”고 말했다.

현재 새 앱은 전 세계 8,500만명의 소비자가 사용하고 있다. 소비자 서비스 부문과 사내 혁신 조직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결합해 사실상 하나의 팀처럼 AI 기능을 제품 안으로 직접 녹여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조언’ 대신 ‘가이던스’…강한 규제 환경 맞춘 통제 장치

익스피리언은 생성형 AI 도입 과정에서 기술력 못지않게 규제 대응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금융 분야는 데이터 정확성과 개인정보 보호가 특히 중요한 영역이어서, AI가 제공하는 답변의 범위와 표현 방식도 엄격히 제한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익스피리언은 AI가 사용자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를 정하는 내부 규칙 체계를 구축했다. 회사는 EVA를 면허가 필요한 ‘재무 자문’ 서비스로 포지셔닝하지 않고, 교육과 정보 제공 중심의 도구로 규정하고 있다. 민감한 소비자 데이터는 AI 모델 내부에 저장하지 않으며, 사용자 상호작용 역시 통제된 내부 시스템을 거치도록 설계했다.

수 부사장은 “우리는 재무 조언을 명확히 제한한다”며 “대신 재무 가이던스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새로운 EVA의 시장 출시 과정에서는 준법감시와 리스크 관리 부서의 승인을 얻기 위해 내부 교육과 검증 작업이 폭넓게 진행됐다. 유 총괄은 “시스템을 만드는 데보다 승인받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개인화 금융 서비스 경쟁 본격화…신뢰가 최대 변수

기술적으로는 응답 지연 시간도 큰 과제였다. 소비자는 AI 비서가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답변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익스피리언은 응답 스트리밍과 시스템 경로 최적화 같은 방식으로 성능 개선에 공을 들였다. 유 총괄은 “지연 시간은 중대한 과제였다”며 “고객은 일정한 속도의 답변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익스피리언은 앞으로 EVA의 개인화 수준을 더 높여 불필요한 지출 절감 기회를 찾거나, 신용카드 신청을 돕는 방향으로 기능을 확장할 계획이다. 나아가 익스피리언 보험 마켓플레이스와의 연동을 통해 보험료 변동 모니터링, 구독 취소 지원 등 더 넓은 금융 서비스까지 연결하려 한다.

다만 회사는 기술 자체보다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익스피리언의 마이클 트론케일 수석 홍보 매니저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여전히 우리의 핵심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금융 앱이 경쟁하는 시장에서 AI를 활용한 맞춤형 금융 경험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기본 요건에 가까워지고 있다. 익스피리언의 이번 행보는 생성형 AI가 금융 소비자 서비스의 편의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규제 산업에서 얼마나 정교한 통제와 신뢰 설계가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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