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투자, 메모리 반도체 주가를 끌어올리는 양면의 칼

| 토큰포스트

인공지능 투자 열풍이 메모리 반도체 기업 주가를 끌어올리면서 시장에서는 구조적 성장 기대와 거품 우려가 다시 맞서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5월 31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이례적인 강세를 이어가자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인공지능 거품 논란이 재점화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30개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4~5월 69% 상승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올해 들어 마이크론 주가는 3배 이상 뛰었고, 에스케이하이닉스는 258%, 삼성전자는 164% 올랐다. 반도체주 강세는 에너지 공급 불안 같은 외부 변수 속에서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가 사상 최고치 흐름을 이어가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주가 급등의 중심에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대가 있다. 최근 인공지능은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업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 에이전트 단계로 진화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아마존, 메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4대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는 올해 최대 7천250억달러를 인공지능 인프라 중심 설비투자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런 투자 경쟁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다만 투자자들이 모두 낙관론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전통적으로 호황과 불황의 진폭이 큰 업종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론은 팬데믹 시기 디지털 기기 수요 급증에 힘입어 2022년 연간 순이익 87억달러를 기록했지만, 공급 과잉이 닥친 2023년에는 58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이런 경험 때문에 시장은 선행 주가수익비율(PER·향후 예상 이익을 기준으로 주가 수준을 따지는 지표)이 낮아 보여도 쉽게 안심하지 않는다. 현재 마이크론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10배 안팎으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평균 27배보다 낮지만, 이는 지금의 호황이 계속된다는 가정 위에서만 성립하는 숫자다. 리버웰스 어드바이저의 에드 오고먼 최고경영자는 반도체 업종의 변동성이 워낙 큰 만큼 지금 들어가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어도 급격한 환경 변화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번에는 과거와 업황의 성격이 다소 다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핵심은 고대역폭메모리(HBM·인공지능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빠르게 공급하는 고성능 메모리)다. HBM은 제조 난도가 높고 수율도 상대적으로 낮아 공급을 급하게 늘리기 어렵다. 반도체 회사들이 HBM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다른 메모리 제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장기공급계약(LTA)이 늘어나면 예전보다 가격과 생산 조정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더해진다. 유비에스는 최근 마이크론 목표주가를 큰 폭으로 올리며 인공지능이 메모리 산업 전반에 가져온 구조적 변화가 뚜렷해질수록 시장의 재평가가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폴라 캐피털의 조리 노데카에르 대표도 과거 닷컴버블 때처럼 무조건 “이번에는 완전히 다르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업황이 예상보다 더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에는 무게를 실었다.

결국 시장의 판단은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속도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에 달려 있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어지면 메모리 반도체 호황도 연장될 수 있지만, 자본지출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데이터센터 투자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 경우 현재의 높은 기대도 빠르게 조정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반도체주가 단순한 기술주가 아니라 인공지능 투자 사이클 전반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더 주목받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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