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스타트업 앤트로픽이 미국 증시에 먼저 발을 들이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면서, 오픈에이아이와의 상장 경쟁이 한층 뚜렷해졌다. 비공개 상장 신청서를 먼저 제출한 데다 최근 기업가치 평가에서도 앞선 만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생성형 인공지능 업계의 주도권 경쟁이 자본시장에서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앤트로픽은 6월 1일 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기업공개를 위한 상장 신청서 초안을 비공개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비공개 제출은 통상 기업이 심사 과정에서 사업 구조와 재무 내용을 점검받은 뒤 시장 상황을 보며 상장 시점을 조정할 수 있는 방식이다. 회사는 심사가 끝난 뒤 실제 공모에 나설지 선택할 수 있으며, 공모 주식 수와 공모 가격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이 움직임에 주목하는 이유는 앤트로픽이 최근 투자 유치 과정에서 오픈에이아이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은 지난달 650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9천650억달러, 우리 돈 약 1천460조원 수준을 인정받았다. 지난 3월 8천520억달러로 평가된 오픈에이아이를 웃도는 규모다. 두 회사 모두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현재까지는 앤트로픽이 서류 제출 단계에서 한발 앞섰다.
이처럼 상장 순서에 민감한 배경에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업의 막대한 자금 수요가 있다. 최첨단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려면 대규모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연구 인력이 필요해 현금 소모 속도가 빠르다. 투자은행 디에이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분석가는 로이터통신에 두 회사가 자본이 바닥나기 전에 상장하려고 경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먼저 공개시장에 들어가는 회사가 최첨단 인공지능 모델에 맞는 재무 보고의 기준을 사실상 선점할 수 있고, 이는 이후 상장하는 경쟁사보다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세레브라스가 상장을 추진하고, 스페이스엑스도 대형 상장 후보로 거론되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 자금을 끌어오는 순서 자체가 흥행과 평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한편 앤트로픽은 상장 준비와 별도로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에이에프피통신은 1일 유럽연합 대변인을 인용해, 앤트로픽이 전문가 수준의 사이버 보안 취약점 탐지 능력을 갖춘 ‘클로드 미토스’ 모델의 접속 권한을 유럽연합에도 제공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회사는 보안 조치 개발을 거쳐 앞으로 몇 주 안에 미토스급 인공지능 모델을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인공지능 기업들의 경쟁이 기술력만이 아니라 자금 조달 능력, 회계 기준 선점, 글로벌 규제 대응까지 아우르는 종합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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