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미국 상원의 인공지능 청문회 출석 요청을 거절하고 대신 의원들을 실리콘밸리 본사로 초청하겠다고 맞제안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둘러싼 긴장이 다시 부각됐다.
미 경제방송 시엔비시는 8일(현지시간) 황 최고경영자가 11일 열리는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달라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청문회 주제는 ‘인공지능과 아메리칸드림: 혁신·경제성·미국의 패권 증진’으로, 미국 인공지능 산업의 성장과 국가 경쟁력, 기술 통제를 함께 점검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번 청문회는 겉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다루지만, 실제로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칩이 중국으로 우회 수출되는 경로가 있는지 따져 묻고 대중 수출 규제를 더 강화하려는 의회의 문제의식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워런 의원은 그동안 아마존·구글·메타 같은 대형 기술기업을 반독점과 안보 논리로 비판해온 대표적 강경파로 꼽히며, 특히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수출에는 의회 내에서도 매우 엄격한 입장을 보여왔다.
황 최고경영자는 청문회 출석은 어렵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로 은행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초청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워런 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엔비디아가 10년 전 미국 연구자들에게 첫 인공지능 슈퍼컴퓨터를 설계·제작·납품한 뒤, 미국의 연구자와 학계, 스타트업, 기업이 인공지능 기술의 최전선에 설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단순한 반도체 기업을 넘어 미국 기술 생태계의 핵심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메시지로 읽힌다.
황 최고경영자는 그동안 미국 기업이 중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서 더 자유롭게 경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지난해 12월에도 미국 기업들이 가장 경쟁력 있는 칩을 중국 시장에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미국 정부와 의회는 첨단 반도체가 군사·안보 분야로 전용될 가능성을 우려해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어, 기업의 시장 논리와 정부의 안보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황 최고경영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행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이런 논쟁의 무게를 더하는 대목이다.
황 최고경영자는 최근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아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 구광모 엘지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잇달아 만나고, 에스케이하이닉스와 차세대 메모리 기술 협력 협약도 맺었다. 서울대에서는 인공지능 에이전트 설계 대회에 참석하는 등 산업과 학계를 아우르는 행보를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엔비디아가 글로벌 공급망과 연구 생태계 확장에는 속도를 내면서도, 미국 의회의 대중국 규제 압박과는 더욱 복잡한 줄다리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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