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오리올, AMD와 ‘순수 광자 네트워크’ AI 시스템 첫 상용화 나선다

| 김서린 기자

영국 광통신 스타트업 오리올 네트웍스가 데이터센터의 병목으로 꼽히는 전력과 발열 문제를 줄이기 위해 ‘순수 광자 네트워크’ 기반 대규모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번 배치를 자사 기술의 첫 상용 사례이자, 세계 최초의 대규모 순수 광자 네트워크 AI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AMD($AMD)와 협력해 진행되며, 영국 고등연구발명청(ARIA)이 운영하는 ‘스케일링 인퍼런스 랩’의 일환이다. 이 실험 인프라는 대형 AI 작업에서 발생하는 네트워크 병목을 해결하기 위해 조성됐으며, 총 5,000만파운드가 투입된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약 762억500만원 수준이다.

오리올의 광자 네트워킹 기술과 기대 효과

오리올 네트웍스는 데이터 전송을 전기 신호가 아닌 ‘광자’로 처리하는 네트워킹 플랫폼 ‘프리즘(PRISM)’을 제공한다. 핵심은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중앙에 쓰이던 전자식 스위치를 나노초 단위의 광회선 스위칭으로 대체하는 점이다. AMD는 인스팅트 GPU와 에픽 CPU, 여기에 기술 지원을 더해 대규모 AI 추론 모델 구동을 뒷받침한다.

기존 데이터센터는 전기식 스위치에 크게 의존해 왔다. 하지만 AI 연산이 커지면서 수천 개 칩이 초당 수조 번씩 데이터를 주고받는 환경에서는 전력 소모와 열 발생이 빠르게 부담으로 커지고 있다. 오리올은 전자식 스위치를 제거하면 네트워크 코어 전력 소비를 81% 줄일 수 있고, 현재 약 60% 수준인 GPU 유휴 시간을 1%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냉각 수요와 물 사용량도 함께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이 기술의 또 다른 강점은 특정 칩 업체에 묶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리올은 프리즘이 단일 벤더 전용 구조가 아니라 여러 가속기 플랫폼에서 작동한다고 밝혔다. 이는 고객 입장에서 특정 업체의 폐쇄형 네트워크 스택에 종속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회사는 2027년 업계 전반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를 이미 확정했다고 덧붙였다.

회사 배경과 AMD·ARIA의 평가

오리올 네트웍스는 2023년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에서 분사해 설립된 기업이다. 회사 측은 연구 단계 기술을 3년 만에 실제 배치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리건 최고경영자(CEO)는 “1년 전에는 물리학적 가능성을 입증했다면, 지금은 사업성을 입증하고 있다”며 “AMD와의 협업은 개념 검증에서 실제 배치 단계로 넘어갔고, 훨씬 큰 규모의 시스템에서도 성능 향상을 데이터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AMD 측도 이번 접근법에 힘을 실었다. 마두 랑가라잔 AMD 컴퓨트·엔터프라이즈 AI 부문 기업 부사장은 오리올의 나노초 광회선 스위칭이 대규모 가속기 연결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광자 기반 패브릭이 AI 추론 작업에 필요한 ‘저지연’과 ‘고대역폭’ 연결성을 실제로 제공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데 AMD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RIA는 영국 의회 법률에 따라 설립된 기관으로, 과학혁신기술부 후원을 받는다. 장기적인 경제 효과를 겨냥한 초기 연구를 지원하는 곳이다. 프로그램 책임자인 수라즈 브람하바르는 이번 오리올 프로젝트가 스타트업과 대형 기술 기업의 협업을 촉진하려는 스케일링 인퍼런스 랩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투자 유치와 업계 의미

오리올 네트웍스는 지금까지 약 3,500만달러를 유치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약 533억4,350만원 규모다. 투자사로는 플루럴 UK 매니지먼트, UCL 테크놀로지 펀드, 클린 그로스 펀드, XTX벤처스, 도릴턴벤처스가 참여했다.

이번 발표는 AI 인프라 경쟁이 이제 반도체 성능을 넘어 ‘데이터 이동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GPU 자체의 연산 능력 못지않게 네트워크 구조가 전체 효율을 좌우하는 만큼, 광자 네트워크가 실제 대형 AI 데이터센터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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