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면서, 신흥시장 기업들의 이익 회복과 주가 상승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간) 이런 흐름이 2022년 4월 이후 이어진 신흥시장 실적 부진을 끊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 편입 기업들의 가중 평균 주당순이익(EPS)은 5월까지 12개월 기준 95.1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12개월 선행 전망치 94.6을 처음으로 웃돈 수치다. 통상 실제 이익이 시장의 이전 전망을 넘어선다는 것은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흥시장 전반의 수익성이 약 4년 만에 뚜렷한 반등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의 역할이 특히 두드러졌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43% 상회했고, 삼성전자도 16% 웃돌았다. 대만 TSMC 역시 5.7% 높은 실적을 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성능 메모리와 첨단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점이 실적 개선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반도체는 신흥시장 정보기술(IT) 업종의 비중이 큰 분야인 만큼, 한국과 대만 주요 기업의 실적 호조가 신흥시장 전체 이익 지표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다.
주가도 이미 반응하고 있다. 신흥시장 주가는 올해 들어 약 30% 상승했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체이스는 이번 이익 개선이 단순히 AI 관련 대표 종목에만 머물지 않고 다른 업종으로도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 나인티원 UK의 아치 하트 펀드매니저는 현재 국면을 “진정한 변곡점”이라고 평가하면서, 시장이 기대만으로 오른 것이 아니라 실제 기업 실적으로 정당성을 확인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투자 매력으로 거론된다.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46배를 웃도는 반면, MSCI 신흥시장 IT 지수는 12.3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익 성장 속도는 빠른데 주가 평가는 미국보다 낮아 추가 자금 유입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다만 상승 흐름이 이어지더라도 위험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AI 관련 종목에 자금이 지나치게 집중될 경우 특정 업종 의존도가 커질 수 있다고 본다.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지타니아 칸드하리 부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역별 차이는 있겠지만 전반적 방향은 긍정적이라고 보면서도, AI 거래 집중이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루미스 세일스의 애시시 추 펀드매니저도 이익 증가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기술 업종에서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JP모건 자산운용의 아누지 아로라 신흥시장 주식 CIO는 달러 약세, 주요국의 재정지출 확대, 장기간 이어질 AI·인프라 설비투자 사이클이 신흥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반도체 기업의 실적 지속 여부와 AI 투자 확산 속도에 따라 향후 신흥시장 전반의 강세가 더 넓게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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