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이 22일 삼성전기의 실적 개선 흐름이 일시적 반등이 아니라 구조적 성장에 가깝다고 평가하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24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16.7% 올렸다. 현 주가가 전장 종가 기준 227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증권가는 인공지능 수요 확산이 삼성전기 주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평가의 중심에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전자기기 회로에서 전기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공급하는 부품)와 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ABF) 기판이 있다. 메리츠증권 양승수 연구원은 두 사업부가 동시에 업황 개선 국면에 들어서면서 내년 삼성전기의 주당순이익 성장률이 비교기업보다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범용 MLCC 가격이 예상보다 먼저 오르기 시작했고, 인공지능용 초소형·고용량 MLCC의 공급 부족이 심해지면서 가격 인상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내년 MLCC 평균판매단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27.6%에서 31.9%로 높였다.
ABF 기판 사업도 실적 기대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혔다. ABF 기판은 고성능 반도체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인데, 인공지능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늘면서 공급 확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5조원 이상이 ABF 기판 증설에 투입될 것으로 봤다. 특히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고객사 지원금을 바탕으로 집행된다는 점에서, 단순한 설비 확대를 넘어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도 고객 기반 확대와 장기 수요 확보에 도움이 되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ABF 기판 매출은 올해 1조9천억원에서 내년 2조7천억원, 2028년에는 4조2천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적 추정치도 큰 폭으로 상향됐다. 메리츠증권은 삼성전기 영업이익이 내년 3조4천억원, 2028년 5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110.6%, 64.6% 증가한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기를 전통적으로 경기 민감 업종, 즉 경기순환주로 분류해 업황 정점 우려를 먼저 반영하는 경향이 있었고, 그만큼 기업가치 평가 배수(멀티플) 확대도 제한돼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인공지능 관련 부품 수요가 2028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예전과 다른 평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실리콘 커패시터(Si-CAP)도 새 성장축으로 거론된다. 이 제품은 반도체 패키징과 전력 안정성에 쓰이는 부품으로, 주요 고객사의 패키징 수주 확대와 맞물려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삼성전기는 MLCC, ABF 기판, 실리콘 커패시터로 이어지는 복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해 가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단기 실적 개선을 넘어,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어질 경우 삼성전기의 중장기 기업가치 재평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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