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큐어스, 의료 기록 ‘정리’ AI로 시리즈B 4600만달러 유치

| 김서린 기자

환자 데이터와 의료 기록 정리를 자동화하는 AI 헬스테크 스타트업 ‘엑스큐어스(xCures)’가 4600만달러, 한화 약 709억7000만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의료 현장의 ‘지저분한 데이터’를 실제 임상에 바로 쓸 수 있는 정보로 바꾸는 기술력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는 평가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이노비우스 캐피털이 주도했고, 아이그로우, 스프링마운틴캐피털, 기존 투자자들이 함께 참여했다. 2018년 설립 이후 엑스큐어스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7600만달러를 넘어섰으며, 기업가치는 투자 후 기준 1억2700만달러, 약 1959억5000만원으로 평가됐다. 이는 2023년 12월 마감한 2500만달러 규모 시리즈A 당시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진 수준이다.

미카 뉴턴(Mika Newton) 최고경영자(CEO)는 크런치베이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헬스케어 업계는 수십 년 동안 방대한 환자 데이터를 쌓아왔지만, 이를 믿고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데 실패해왔다”며 “엑스큐어스가 그 문제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암 환자 지원에서 의료 인프라 기업으로 선회

엑스큐어스는 2018년 마티 테넨바움(Marty Tenenbaum)이 암 정보 비영리 조직 ‘캔서 커먼스’에서 분사해 설립한 회사다. 초기에는 3기 또는 4기 난치성 암 환자를 대상으로 의사결정 지원 도구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전국 수천명의 환자를 직접 상대하는 과정에서 더 큰 병목이 드러났다. 치료 판단도 어렵지만, 그 판단의 전제가 되는 환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정리하는 일이 훨씬 더 복잡했던 것이다. 당시 의료 기록은 팩스나 택배 상자를 통해 도착할 정도로 비효율적이었다.

이 경험을 계기로 엑스큐어스는 방향을 틀었다. 단순한 환자 지원 서비스가 아니라, 국가 단위 의료 정보 연동망과 직접 연결해 의료 기록을 구조화하는 기반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고객사를 대신해 각종 전자 의료 정보 교환망에 연결하고, 중복과 오류가 많은 비정형 의료 데이터를 정리해 ‘임상적 명확성’이 있는 정보로 바꾸는 역할을 맡고 있다.

‘임상 명확성 엔진’으로 차별화

엑스큐어스에 따르면 환자 정보는 여전히 수천개의 병원, 검사실, 영상센터,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에 흩어져 있다. 문제는 이 정보가 문서, 스캔본, 이미지, 서술형 기록 등 비정형 형태로 존재해 실제 의료 워크플로우에서 바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뉴턴 CEO는 경쟁사 다수가 데이터를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옮기는 운송업’에 머무는 반면, 엑스큐어스는 운반된 데이터를 즉시 활용 가능한 임상 정보로 전환하는 데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내세우는 ‘클리니컬 클래리티 엔진’은 자동 생성한 환자 병력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용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근거 수준의 데이터로 뒷받침하는 구조다.

엑스큐어스는 지금까지 미국 내 55만개 이상 의료 기관에서 확보한 3억건 이상의 의료 기록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수백만명 환자의 임상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대규모 비정형 데이터를 일반 범용 AI 모델에 그대로 넣을 경우 비용이 급증하는 문제를 피하기 위해, 자체 머신러닝 모델과 외부 상용 AI 모델을 함께 활용하고 자체 거버넌스 체계로 이를 관리하고 있다.

AI 헬스테크 투자 확대 흐름과 맞물려 성장

AI 기반 헬스테크와 바이오 기업에 대한 벤처 투자도 최근 가파르게 늘고 있다. 크런치베이스 데이터에 따르면 6월 22일 기준 이 분야 기업들이 유치한 시드부터 성장 단계 투자금은 총 85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조달액 86억달러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2025년 전체 투자 규모는 158억달러였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엑스큐어스의 성장세도 빨라지고 있다. 회사는 사용량 기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모델로 운영되며, 2025년 연간 반복 매출(ARR)을 약 300만달러에서 1000만달러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2026년에는 2000만달러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현금흐름 기준 손익분기점에 도달했지만, 2027년 사업 확대를 대비해 현재는 인력 확충과 제품 고도화를 위한 적극적 투자 단계에 들어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병원·검사기업·보험까지 고객층 확대

현재 엑스큐어스의 기업 고객은 25곳으로, 엑잭트사이언스, 카리스라이프사이언스, 노보큐어 같은 진단·의료 기업이 포함돼 있다. 대형 병원 네트워크는 수술 일정을 잡기 전 환자 병력을 빠르게 정리하고, 동반 질환을 선별하며, 예상 수술 시간을 계산하는 데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또 전자의무기록 체계가 약한 원격의료 업체, 인구 집단별 위험도 분류와 사전 승인, 의료 필요성 문서화, 행정 이의 신청 자동화를 추진하는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보험사들도 주요 수요처로 꼽힌다. 결국 엑스큐어스의 AI 의료 데이터 기술은 진료 자체보다도, 의료 시스템 전반의 행정 비효율을 줄이는 데 강점을 보인다는 의미다.

이노비우스 캐피털의 스투 포슬런스(Stu Posluns) 파트너는 이메일을 통해 “수천개의 호환되지 않는 소스에서 복잡한 데이터를 찾아 추출하고 표준화하는 역량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엑스큐어스는 헬스케어 산업 전반을 구동할 기초 AI 데이터 레이어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의료 AI 시장의 경쟁은 이미 치열하지만, 엑스큐어스 사례는 ‘데이터를 모으는 것’보다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더 큰 가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AI 헬스테크 투자 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실제 임상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의료 데이터 인프라를 누가 선점하느냐가 다음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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