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플랫폼이 오는 9월 자체 설계한 인공지능 칩 양산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인공지능 경쟁의 주도권을 외부 반도체 업체가 아닌 자사 인프라와 서비스 생태계 안으로 끌어오려는 전략을 본격화했다. 인공지능 성능 경쟁이 이제는 모델 개발뿐 아니라 칩, 데이터센터, 메모리 공급망까지 아우르는 자본력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움직임이다.
로이터 통신이 9일(현지시간) 메타 내부 메모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메타는 9월부터 자체 인공지능 칩을 양산할 계획이다. 메타는 앞서 지난 3월 코드명 ‘아이리스’로 알려진 MTIA 400을 포함한 자체 인공지능 칩 4종을 공개했다. MTIA 400은 메타 훈련·추론 가속기(MTIA) 4세대 프로젝트의 하나로, 브로드컴이 설계를 맡고 대만 TSMC가 생산을 담당한다. 메타가 이런 칩 개발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엔비디아와 AMD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인공지능 서비스 확대에 따라 급증하는 컴퓨팅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 내부 메모에는 대형 기술기업조차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는 데 많은 시간과 어려움을 겪었다는 판단도 담겼다.
메타의 구상은 단순히 칩 한두 개를 내놓는 수준이 아니다.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업계 제품 주기와 달리, 메타는 2027년까지 약 6개월 간격으로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인공지능 수요가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자체 반도체 개발 속도를 높여 외부 공급망 변수에 덜 흔들리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메타는 올해 7기가와트(GW)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상반기에 1GW를 추가한 데 이어 연말까지 5.5GW를 더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다시 7GW를 추가해 총 14GW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런 공격적 투자에 맞춰 메타는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로 1천450억달러, 우리 돈 약 220조원을 제시했는데, 이는 빅테크 전체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 7천억달러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확장에는 반도체 본체만이 아니라 메모리, 저장장치, 광통신 장비 등 주변 부품 공급도 핵심 변수다. 메타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칩, 샌디스크의 플래시 스토리지, 스미토모전기의 광섬유 장비 부문과 장기 공급계약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서버 증설이 세계적으로 이어지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가 이런 현상을 ‘칩플레이션’이라고 부르며 거시경제 변수로 지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인공지능 패권 경쟁은 소프트웨어 실력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품을 제때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느냐가 기업의 성장 속도를 좌우하는 단계로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메타는 하드웨어 자립과 함께 소프트웨어 수익화에도 발을 넓혔다. 메타는 이날 오픈AI와 앤트로픽에 맞서는 인공지능 코딩 모델 ‘뮤즈 스파크 1.1’을 유료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외부 개발자가 서비스를 연결해 쓰는 방식) 형태로 개발자에게 공개했다. 이 모델은 그동안 일부 파트너에게만 비공개로 제공되다가 처음 공개 프리뷰로 전환됐다. 오픈소스 중심의 ‘라마’ 전략에 무게를 두던 메타가 자체 인공지능 모델을 유료로 내놓아 직접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요금은 입력 100만 토큰당 1.25달러, 출력 100만 토큰당 4.25달러로 책정됐다. 가격대는 오픈AI의 저가형 모델보다 높고, 앤트로픽의 고급형 모델보다는 낮다. 메타는 이번 주 이미지 생성 모델 ‘뮤즈 이미지’도 별도로 선보이며 서비스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도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메타 주가는 이날 장 초반 약세를 보였지만, ‘뮤즈 스파크 1.1’ 공개 이후 반등해 전날보다 4.7% 오른 631.5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장중 한때 633.3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투자자들이 메타를 단순한 소셜미디어 기업이 아니라 인공지능 인프라와 모델 서비스를 함께 갖춘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메타가 반도체 자립, 데이터센터 확대, 유료 인공지능 서비스 확장을 동시에 밀어붙이면서 수익 구조를 더 다변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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