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위브가 메모리와 스토리지 칩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에 대비해 파생상품을 활용한 헤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경쟁이 한창일 때 맺은 장기 공급계약이 향후 시장 가격이 내려갈 경우 오히려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로이터 통신은 15일 소식통을 인용해 코어위브가 마이크론, 샌디스크 등 메모리 업체와 체결한 장기 계약의 가격 위험을 줄이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어위브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필요한 만큼 빌려 쓰는 구독형 방식으로 기업들에 제공하는 이른바 네오클라우드 업체다. 이런 기업은 대규모 인공지능 연산 수요에 맞춰 서버와 저장장치를 빠르게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공급 부족기에는 장기 계약으로 물량을 선점하는 전략을 써왔다.
문제는 계약 구조다. 알려진 계약 가운데 상당수는 D램과 스토리지 칩의 구매 가격 하한선을 공급업체에 보장하는 방식으로 짜여 있다.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수요가 둔화해도 일정 수준의 가격을 방어할 수 있는 안전판이 되지만, 구매자인 코어위브로서는 나중에 시세가 떨어져도 기존에 약정한 높은 가격을 계속 부담해야 할 수 있다. 결국 공급 불안에 대비해 맺은 계약이 가격 하락 국면에서는 비용 리스크로 바뀌는 셈이다.
코어위브가 검토하는 수단에는 풋옵션 같은 파생상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풋옵션은 미리 정한 가격에 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데, 일반적으로 가격 하락 위험에 대비하는 데 쓰인다. 아직 논의는 초기 단계이며 실제로 실행된 헤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나 항공 업계에서는 유가와 환율 변동에 대비한 헤지가 널리 쓰이지만, 시장 흐름을 잘못 읽으면 오히려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된다. 과거 미국 항공사들이 헤지 전략으로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메모리 가격 위험을 금융상품으로 관리하려는 시도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매우 드문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원유나 외환과 달리 메모리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 시장은 사실상 자리 잡지 못했다. 1980년과 1989년 두 차례 D램 선물 도입 시도가 무산됐고, 2001년에는 엔론이 D램 선물시장을 추진했지만 같은 해 파산하면서 계획도 사라졌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공급자가 17곳에서 3곳 수준으로 줄어든 과점 구조가 이런 시장 형성을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본다. 이 같은 흐름은 인공지능 인프라 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수록, 단순한 물량 확보를 넘어 가격 변동 자체를 관리하려는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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