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에 에이엠디의 인공지능 랙 시스템 ‘헬리오스’를 들이기로 하면서,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주해온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 경쟁 구도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에이엠디는 20일(현지시간) 자사의 그래픽처리장치와 중앙처리장치, 네트워킹 장비,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캐비닛에 묶은 완제품 형태의 인공지능 랙 ‘헬리오스’를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헬리오스는 지난 1월 ‘시이에스 2026’에서 처음 공개된 인공지능 학습·추론용 플랫폼으로, 엔비디아의 ‘그레이스 블랙웰’과 ‘베라 루빈’에 맞서는 제품이다. 그동안 에이엠디가 개별 칩이나 보드 중심으로 판매해왔다면, 이제는 데이터센터가 곧바로 도입할 수 있는 대형 통합 시스템으로 사업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납품 계약을 넘어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인공지능 인프라 공급선을 다변화하려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에이아이와의 협력 확대 등으로 막대한 인공지능 연산 능력이 필요한 상황인데, 특정 업체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고객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는 헬리오스 도입이 애저 인프라 포트폴리오를 넓혀 차세대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 구축에 필요한 성능과 규모, 선택권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이엠디의 리사 수 최고경영자도 양사가 수년간 고성능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왔고, 이번 도입이 차세대 인공지능 인프라 확장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에이엠디가 메타, 오픈에이아이, 오라클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까지 고객군에 추가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데이터센터 그래픽처리장치 시장은 엔비디아가 약 95%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주요 기술기업들이 헬리오스를 본격 채택하면 이런 독점적 구도가 조금씩 흔들릴 수 있다. 가격만 놓고 보면 헬리오스는 500만∼550만달러, 우리 돈 약 74억∼81억원 수준으로 추산돼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보다 비쌀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인공지능 텍스트 처리의 기본 단위인 토큰당 비용과 총소유비용, 즉 장비 구매 이후 운영·전력·관리까지 포함한 전체 비용 경쟁력에서 강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엠디 내부에서는 이번 기회를 시장점유율 확대의 발판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퓨처럼 그룹의 대니얼 뉴먼 최고경영자는 현재 4.5% 수준인 에이엠디 점유율이 앞으로 20∼25%까지 높아질 수 있는 시나리오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수천억달러 규모의 매출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파트너십 소식이 전해진 뒤 이날 에이엠디 주가는 약 3.6% 올라 미 동부시간 오후 2시 50분 기준 513달러선에서 움직였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에서 성능뿐 아니라 비용 효율과 공급망 안정성까지 함께 따지게 되면서, 엔비디아 일변도였던 시장 구조를 점진적으로 바꿔갈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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