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글로벌 인공지능(AI) 팩토리 구축 사업에 나서면서, 급증하는 AI 인프라 수요에 대응할 대형 데이터센터 투자 구상이 본격화됐다. 이번 계획은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대규모 연산 설비를 함께 마련해 글로벌 AI 컴퓨팅 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네이버는 27일 공시를 통해 엔비디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글로벌 AI 팩토리 공동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AI 팩토리는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AI 모델 학습과 추론을 처리하는 산업용 인프라를 뜻한다. 최근 생성형 AI 확산으로 이런 설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전력과 서버 공간, 반도체 공급망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역할 분담도 비교적 분명하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부지 확보와 시설 구축, 운영을 주도하고, 엔비디아는 핵심 반도체인 GPU 공급을 맡는다. 구축 일정은 단계적으로 짜였다. 2027년 상반기까지 55메가와트(MW), 2027년 말까지 100메가와트, 2028년까지 200메가와트 규모로 인프라를 늘릴 계획이다. 첫 거점은 네이버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으로 잡았고, 이후에는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유럽과 중동 등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초대형 클라우드·AI 수요를 감당하도록 설계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말한다.
자금 조달 구조도 눈에 띈다. 네이버는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주당 20만4천500원에 보통주 724만1천564주를 새로 발행하는 방식으로 10억달러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전략적 파트너를 주주로 끌어들여 사업 협력의 결속력을 높이려는 성격이 강하다. 여기에 AI 팩토리 구축에 필요한 90억달러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 자체의 미래 수익성을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형태로 브룩필드가 조성하는 방안이 제안됐고, 네이버는 현재 브룩필드와 정식 계약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이 투자액은 2028년까지의 예상치이며, 네이버의 직접 투자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네이버는 이번 사업을 통해 AI 인프라 운영을 기반으로 한 신규 수익원을 확보하고, 엔비디아와의 협력으로 최신 컴퓨팅 자원을 안정적으로 들여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같은 날 1조170억원 규모의 보통주 490만1천94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한 점도 함께 주목된다. 통상 자사주 소각은 주식 수를 줄여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로 해석된다. 결국 네이버는 한편으로는 대형 AI 인프라 투자에 나서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 효율성 관리 신호도 시장에 보낸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단순 서비스 제공을 넘어 전력·반도체·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AI 인프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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