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가 미국 조선산업 재건 흐름에 맞춰 현지 조선소 현대화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단순한 기술 수출을 넘어 조선소 설계와 생산 체계, 자동화, 데이터 운영까지 묶은 종합 해법을 제공하는 방식이어서 미국 시장 공략의 새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HD현대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30일 미국 조선사 프레이저 인더스트리와 미국 조선산업 부흥을 위한 조선소 현대화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미국 내 노후 조선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바꾸려는 수요와, 한국 조선업계가 축적해 온 생산성·디지털 전환 역량이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최근 미국은 자국 제조업과 해양 산업 기반을 강화하려는 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데, 조선업 역시 이런 흐름의 중요한 축으로 꼽힌다.
HD한국조선해양은 앞으로 조선소 설계·건설 노하우, 생산·운영 시스템, 데이터 관리 방식 등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필요한 요소를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할 계획이다. 협력 범위도 넓다. 조선소 현황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찾는 일부터 야드와 공장 배치 설계, 로봇·자동화 설비 도입, 비용·공정·품질·생산성 최적화,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반 디지털 솔루션 적용, 공급망 확대와 기술 인력 양성까지 조선소 운영 전 주기를 아우른다. 쉽게 말해 배를 만드는 개별 기술만 넘기는 것이 아니라, 조선소를 더 빠르고 정밀하게 운영하는 방법 전체를 이전하겠다는 뜻이다.
양사는 연내 조선소 현대화 컨설팅 프로그램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프레이저 조선소를 실제 적용 사례인 실증 모델로 삼는 방안을 추진한다. 프레이저 조선소는 오대호 가운데 하나인 슈피리어호 연안에 자리하고 있다. 오대호 지역은 전통적으로 미국 내 선박 건조와 유지·보수의 핵심 거점으로 평가된다. 이 조선소는 핀칸티에리 마린 그룹, 돈존 마린 등과 함께 오대호 조선 동맹을 구성하고 있으며, 미국 해안경비대의 신형 경쇄빙선 사업에도 공동 참여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번 협력은 특정 조선소 한 곳의 개선에 그치지 않고, 미국 공공 발주와 지역 조선 네트워크로 파급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협약은 HD한국조선해양이 정관상 사업목적에 디지털 엔지니어링·매뉴팩처링 플랫폼 개발 및 공급업을 추가한 뒤 실제 사업 수행에 나선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패트릭 켈리 프레이저 인더스트리 대표는 HD현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선진 운영 기법을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고, 김형관 HD한국조선해양 대표는 프레이저 조선소가 미국 조선산업 재건의 거점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한국 조선업이 선박 수주 경쟁을 넘어 조선소 운영 체계와 디지털 생산 방식까지 수출하는 단계로 확장하고 있다고 본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미국의 해양 안보 수요와 제조업 재편 움직임이 이어질수록, 스마트 조선소 수출과 현지 협력 사업으로 더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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