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스타트업 투자와 완제품 부문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해 총 8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장기 출자하기로 했다. 반도체에서 큰 수익을 내는 동안 완제품 사업은 수익성 압박을 받는 상황이어서, 이번 결정은 유망 기술을 선점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30일 공시를 통해 국내외 반도체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 투자와 기술·사업 협력 확대를 목적으로 5천억원을 출자한다고 밝혔다. 이 자금은 삼성벤처투자주식회사가 만드는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인 에스브이아이씨 82호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집행된다. 삼성벤처투자도 50억원을 함께 넣는다. 가입 시점은 2026년 8월이며, 조합 존속 기간 13년 동안 투자 대상이 정해질 때마다 자금을 나눠 납입하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이와 별도로 디엑스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도 추진한다. 디엑스는 생활가전, 모바일, TV 같은 완제품 사업을 아우르는 부문인데,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소비자 수요도 민감해 선제적인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유망 기술 발굴과 확보를 위해 3천억원을 출자하고, 삼성벤처투자도 30억원을 더한다. 자금은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에스브이아이씨 83호를 통해 운용되며, 역시 2026년 8월 가입 뒤 10년 동안 투자 건별로 수시 납입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출자는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삼성전자는 2026년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89조4천9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천813.8% 늘었다고 30일 공시했다. 매출은 171조4천995억원으로 130% 증가했고, 순이익은 71조6천245억원으로 1천299.9% 늘었다. 반도체 사업이 89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을 이끌었지만, 완제품 사업은 원가 상승 부담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8천억원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다시 말해 현재의 현금 창출력은 반도체에서 나오고 있지만, 미래 성장의 균형을 위해서는 완제품 부문의 기술 경쟁력 회복이 필요한 국면이라는 뜻이다.
대기업이 직접 사업에만 투자하지 않고 벤처투자조합을 통해 장기적으로 기술 기업을 발굴하는 방식은 변화 속도가 빠른 산업에서 흔히 쓰이는 전략이다. 자체 연구개발만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신기술을 외부 생태계에서 조기에 찾아 협력하거나 인수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자금 집행도 단기 수익보다 기술 내재화와 신사업 연계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삼성전자가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는 동시에, 부진한 완제품 부문의 체질 개선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