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인공지능 사업의 무대를 데이터센터 밖 통신 기지국으로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통신장비 업계와 이동통신사의 5세대 이동통신 투자 확대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나증권은 5일 보고서에서 엔비디아가 최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중심 사업에서 인공지능 랜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공지능 랜은 모바일 통신 기지국에 인공지능 기능을 접목한 개념으로, 기존의 기지국이 단순히 신호를 중계하는 장비를 넘어 현장에서 바로 데이터를 처리하고 판단하는 역할까지 맡는 구조를 뜻한다. 그동안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에 그래픽처리장치가 대거 들어가면서 수혜를 입었는데, 이제는 기지국에서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전략의 배경에는 초저지연 실시간 처리 수요가 있다. 자율주행차, 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처럼 현실 세계의 기기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려면, 먼 데이터센터에만 의존하기보다 통신망 가까운 곳에서 연산이 이뤄져야 한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전국 통신망과 엣지컴퓨팅(데이터가 발생하는 현장 인근에서 바로 처리하는 방식)을 결합해 분산형 인공지능 인프라를 선점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도 앞서 인공지능 연산 모델이 컴퓨터와 자동차, 휴머노이드뿐 아니라 위성, 기지국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엔비디아의 기지국 시장 진출이 기존 장비 업체들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하나증권은 오히려 시장 전체 파이가 커지는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봤다. 통신사들이 5세대 이동통신과 6세대 이동통신 투자에 속도를 내 인공지능 기지국 구축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각국 규제기관도 피지컬 인공지능 확산을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 투자를 독려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피지컬 인공지능은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처럼 실제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국내 업체들에는 특히 하청·외주 성격의 통신장비 공급 기회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증권은 삼성전자와 달리 국내 아웃소싱 장비 업체들은 엔비디아와 직접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라서, 새 투자 사이클이 열릴 경우 수혜를 볼 여지가 크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피지컬 인공지능 확산이 5세대 이동통신 단독모드 도입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단독모드는 4세대 이동통신망에 기대지 않고 5세대 이동통신만으로 망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초저지연·대용량 서비스 구현에 더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통신망이 단순 연결 인프라를 넘어 인공지능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핵심 기반으로 재평가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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