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산업용 냉장 설비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인터넷에 연결된 온도 제어 장치가 침해되면 보관 설정이 바뀌어 식품·의약품 재고 손실이나 설비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 사이버안보·인프라보안국(CISA)과 연방수사국(FBI), 농무부·보건복지부·교통부는 5일(현지시간) 공동 경고문을 발표했다. 당국은 식료품점과 냉장 창고에서 쓰는 인터넷 연결 냉장 장치와 저온 유통 감시 시스템을 겨냥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고 대상은 전자식 온도 제어 장치와 상업용 냉장 제어기, 저온 유통 상태를 확인하는 감시 시스템이다. 식품·농업뿐 아니라 운송과 의약품 배송 등 냉장 보관에 의존하는 분야도 포함됐다.
콜드체인은 식품·의약품처럼 온도에 민감한 제품을 일정한 온도로 보관하고 운송하는 체계다. 이 과정에서 제어 장치와 감시 시스템은 냉장 설비의 온도를 확인하거나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당국은 공격자가 제어 장치의 취약점을 악용하면 설정 온도를 바꾸거나 장치를 계속 가열·제상 모드로 작동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상은 냉동·냉장 설비에 낀 성에를 제거하는 과정이다.
이런 조작이 성공하면 화재 위험과 재고 손실, 설비 수명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국이 제시한 내용은 공격이 성공했을 때 생길 수 있는 피해 유형이다.
최근 수주 동안 영국과 유럽 여러 지역에서 산업용 냉장 설비를 겨냥한 공격이 이어졌다. 테크크런치는 두 차례 공격 물결이 최소 12개국에서 냉동고와 냉장 장치의 온도를 높였다고 보도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냉동 식품이 녹고 농산물이 상해 폐기됐다. 유럽 여러 나라 슈퍼마켓에서 냉장·냉동 설비 이상과 식품 폐기가 발생한 사례는 앞서 본지도 보도했다.
피해 설비 가운데는 덴마크 업체 댄포스(Danfoss)의 원격 제어 냉장 장치도 포함됐다. 피해 장비 일부는 제조사의 보안 업데이트 지원이 끝난 상태였다고 테크크런치는 전했다.
프랑스의 한 혈액 보관시설에서도 공격으로 냉장 장치의 온도가 올라갔다. 혈액 재고가 손상되기 전에 대응해 보관 혈액에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미 국방부는 8월 미국 내 군 기지 매점에서 발생한 냉동 설비 고장을 사이버 공격 의심 사건으로 조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당시 최소 6곳의 매점에서 냉동 설비 이상으로 식품이 상했다고 보도했다.
미 당국은 이번 공격의 배후로 특정 단체나 국가를 지목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조사 결과와 책임 주체가 결론에 도달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 당국은 운영자에게 원격 제어 시스템을 인터넷에서 분리하고 기본 비밀번호를 변경·강화하라고 권고했다. 인터넷에 직접 노출된 접속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주요 조치다.
보안 패치를 적용할 수 있는 장비는 업데이트하고 제조사 지원이 끝난 장비는 교체하라고 당국은 당부했다. 냉장 설비를 계속 사용하더라도 원격 접속 경로와 장비별 업데이트 지원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크리스 부테라(Chris Butera) CISA 사이버보안 책임자 대행은 “냉장·감시 시스템에 의존하는 모든 조직은 자신도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특정 시설에 한정하지 않고 냉장·감시 시스템 운영자 전반에 주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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