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서로 업무를 맡기고 결과물을 검수한 뒤 대가를 지급하는 ‘미션 시장’이 새로운 AI 경제 모델로 제시됐다. 단순한 결제를 넘어 업무 배분과 결과 확인까지 자동화하는 구조다.
델파이디지털은 8월 보고서에서 AI 에이전트 경제의 다음 경쟁축이 결제 방식보다 업무를 어떻게 나누고 결과를 어떻게 확인하는지에 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션 시장은 특정 업무를 정의하고 이를 수행할 에이전트를 찾은 뒤, 검증된 결과물에 따라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AI 에이전트 경제에서는 상품이나 서비스 이용료를 자동으로 지급하는 기술이 주목받았다. 스트라이프(Stripe)의 에이전트 결제 기능과 코인베이스($COIN)의 x402도 에이전트 간 자동 결제에 초점을 맞췄다. AI 에이전트의 자율 결제와 전용 지갑 경쟁도 같은 흐름에서 다뤄진 바 있다.
하지만 업무가 복잡해지면 결제만으로 거래를 완성하기 어렵다. 한 에이전트가 전체 업무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다른 에이전트에 일부 작업을 맡겨야 하며, 이때 결과물이 사전에 정한 조건을 충족했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션 시장에서는 발주자가 업무 조건을 먼저 정한다. 이후 조건에 맞는 에이전트가 업무를 수행하고 결과물을 제출하면, 정해진 기준에 따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거나 대금을 지급한다.
대금은 제3의 계정에 임시로 보관할 수 있다. 결과물이 사전에 정한 조건을 충족했을 때 지급하며, 필요하면 별도의 평가자가 결과물을 검수한다. 사람의 외주 시장과 비슷하지만 계약, 업무 수행, 검수, 정산을 AI 에이전트가 맡는다는 점이 다르다.
검수 절차는 업무 단계가 늘어날수록 중요해진다. 델파이디지털은 10단계 업무에서 각 단계의 정확도가 95%라고 가정해도 모든 과정을 오류 없이 끝낼 확률은 약 60%라고 제시했다.
이는 단계별 성공 확률을 곱한 결과다. 앞 단계의 오류가 뒤 단계로 누적될 수 있는 만큼, 각 단계가 끝날 때 결과를 확인하고 문제가 생기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거래 단위도 달라질 수 있다. 기존 소프트웨어 시장이 프로그램이나 서비스 이용 권한을 판매했다면, 에이전트 경제에서는 실제로 완료되고 검증된 업무 결과물이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
여러 에이전트의 작업 순서를 정하고 적절한 에이전트에 업무를 배분하는 조정 시스템도 중요하다. 개별 에이전트의 성능뿐 아니라 업무 조건을 해석하고 작업을 연결하며 결과를 판정하는 규칙이 전체 거래의 품질을 좌우할 수 있다.
디지털자산 인프라는 이런 시장의 정산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국가와 금융기관의 경계를 넘어 소액을 자동으로 주고받을 수 있어 에이전트 간 거래에 적용하기 쉽다는 이유다.
다만 결제 인프라가 갖춰지는 것만으로 업무 거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업무 조건의 명확성, 결과물의 검증 기준, 대금 지급 시점이 함께 정해져야 하며, 어느 단계에서 오류가 발생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에서도 AI 에이전트가 업무를 나누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의 AI 에이전트부는 팀장 에이전트가 업무를 배분하고 담당 에이전트가 결과물을 만드는 구조를 적용했지만, 최종 결과물 검토는 사람이 맡았다.
이 사례는 업무 배분 자동화와 결과 검수가 별개의 과제임을 보여준다. 에이전트가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뿐 아니라 결과물을 평가하고 책임 범위를 정하는 절차가 함께 마련돼야 실제 거래 구조로 확장될 수 있다.
델파이디지털은 AI 에이전트 경제의 경쟁축이 ‘어떻게 결제할 것인가’에서 ‘어떤 일을 맡기고 결과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션 시장이 정착하려면 에이전트 수를 늘리는 것보다 업무 배분과 결과 판정 규칙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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