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생산법(DPA)의 현행 권한이 오는 9월 30일 만료를 앞둔 가운데, 의회가 이를 2031년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심사하고 있다. DPA가 만료돼도 행정명령과 국가안보 각서 등 미국 정부의 AI 국방 활용 수단은 남는다.
DPA는 1950년 제정된 법률로,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때 정부 계약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핵심 산업의 생산 확대를 지시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 의회는 2025년 법 개정을 통해 현행 만료 시점을 2026년 9월 30일로 연장했다.
DPA 연장안으로는 워런 데이비드슨(Warren Davidson) 의원 등이 발의한 ‘DPA 현대화법 2026’(H.R. 7688)이 제시됐다. 미국 정부출판국 문서에는 이 법안이 DPA를 현대화하고 권한을 2031년 9월 30일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나와 있다.
H.R. 7688은 4월 15일 수정안과 함께 하원 보고 단계에 들어갔다. 법안의 최종 통과와 시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DPA가 인공지능(AI) 정책의 쟁점으로 떠오른 계기는 미국 국방부와 앤트로픽의 충돌이었다.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미국 국방장관은 2월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앤트로픽 최고경영자와 만난 자리에서 군의 AI 모델 사용 제한을 완화하지 않으면 DPA를 발동하거나 회사를 국가안보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액시오스는 헤그세스 장관의 경고 내용을 보도했다. 앤트로픽은 대량 감시와 완전 자율 무기 운용 등 일부 군사적 사용을 제한해 왔다.
이 사안은 민간 AI 기업의 안전 원칙과 정부의 국방 수요가 법률을 매개로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당시 DPA가 앤트로픽에 실제로 발동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DPA와 별개로 행정명령과 국가안보 대통령 각서를 통해 AI의 국방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2일 행정명령 14409를 통해 연방정부 시스템의 AI 활용과 보안을 강화하도록 했다.
행정명령 14409는 국가안보 시스템의 사이버 방어를 우선하고 AI 기술의 신속한 도입을 추진하도록 했다. 이 조치는 DPA의 존속 여부와 관계없이 연방정부의 AI 도입 정책이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6월 5일 발표된 국가안보 대통령 각서(NSPM-11)는 국방·정보기관이 첨단 AI 모델을 신속하게 도입하고 고보안 컴퓨팅 시설을 구축하도록 지시했다. 각서는 민간 기업이 정부 승인 없이 군사 임무에 쓰이는 AI 시스템을 중단하거나 크게 변경하지 못하도록 계약 조항 등을 마련하라고도 했다.
백악관은 행정명령 14409와 NSPM-11 원문을 공개했다. 두 조치는 AI 모델의 국방 활용과 보안 체계를 행정부 차원에서 확대하는 수단으로 제시됐다.
DPA는 정부가 국가안보에 필요한 물자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계약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거나 생산 확대를 지시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이다. 따라서 법이 연장되지 않으면 민간 AI 기업의 생산·계약·공급망에 직접 개입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 중 하나가 약해질 수 있다.
반면 DPA 만료가 미국 정부의 AI 국방 정책 전체를 중단시키는 것은 아니다. 행정명령, 국가안보 각서, 국방 계약과 조달 권한 등 별도 수단이 남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국방생산법 권한을 에너지 분야에 위임한 조치는 DPA가 특정 산업의 생산과 계약에 관여하는 방식과 맞닿아 있다. 다만 이번 연장안은 에너지 분야 권한 위임이 아니라 법률의 존속 기간과 적용 범위를 다루는 사안이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냉전 시대 산업 동원 법률을 최첨단 AI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지다. H.R. 7688의 처리 결과와 앤트로픽 사례의 후속 조치가 미국의 AI 안전 기준과 국방 조달 체계에 어떤 경계를 세울지 주목된다.

김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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