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 규제를 블록체인 프로토콜 자체에 내장한 체인이 등장했다. 해시드 산하 해시드오픈파이낸스가 주도하는 '마루'다.
웹3 전문 리서치사 타이거리서치는 17일 마루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금융 환경에서 거래의 규칙은 각 서비스의 코드 속에 파편화돼 있다. 트래블룰 하한선 같은 기준이 바뀔 때마다 사업자마다 시스템을 따로 수정해야 하는 비효율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루는 이 규칙을 서비스 단이 아닌 체인 자체에 심었다. 감독 당국, 금융기관, 법률기관 등의 참여를 상정한 법률 오라클 위원회가 규제 데이터를 체인에 직접 설정하고, 프로그래머블 규제 준수 계층(PCL)이 모든 거래를 실행 전에 이 기준과 대조한다. 위반 거래는 블록에 기록되기 전에 차단된다. 규제가 바뀌면 파라미터를 갱신하면 네트워크 위 모든 서비스가 동시에 새 기준을 따르는 구조다.
보고서는 한국의 규제 특수성을 자금세탁방지(AML) 기준으로 설명했다. 국제 권고안은 약 1,000달러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미국은 3,000달러 이상부터 규제하지만, 한국은 최근 100만 원 하한선마저 삭제해 금액과 관계없이 모든 거래에 송수신인 정보 전달을 의무화했다.

마루의 규제 반영 구조
원화 스테이블코인 OKRW를 네트워크 기본 단위로 설정한 점도 특징이다. 가치가 고정되지 않은 자산으로 가스비를 받는 체인에서는 네트워크 혼잡과 자산 가격 상승이 동시에 발생해 비용이 이중으로 뛰지만, 원화 기반 마루에서는 혼잡도 하나만 관리하면 된다. 발행 권한은 프로토콜 레벨의 거버넌스 통제 하에 관리된다.
별도 메인넷을 구축한 이유도 제시됐다. 해킹이나 불법 자금 흐름 같은 비상시 자산 동결과 회수, 피해 구제를 위한 재발행이 프로토콜 차원에서 가능하려면 네트워크 근간의 규칙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국가가 통화 주권을 지키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거래 프라이버시는 영지식증명 기반으로 설계돼 거래 당사자만 내용을 보되 감독기관은 법적 요건 충족 시 감사키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
마루는 해시드 산하 해시드오픈파이낸스가 주도하며, 동남아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를 운영해 온 샤드랩과 2018년부터 다수의 메인넷을 운영해온 딜라이트랩스가 파트너로 합류했다. 세 조직 모두 서울에 팀을 두고 있다.
보고서가 주목한 것은 타이밍이다. 2027년 2월 전자증권법 시행이 예정돼 있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논의도 진행 중이다. 보고서는 토큰화된 증권을 무엇으로 결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결국 두 논의를 한 지점으로 수렴시킨다며 마루가 특정 제도적 결론이 아니라 다양한 규제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를 미리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리서치센터장은 "제도가 확정된 뒤에 인프라를 고르는 방식으로는 시장 선점의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규제가 어떻게 확정되든 반영할 수 있는 인프라를 미리 검증해 두는 것이 기관의 현실적 과제"라고 말했다.

김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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