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이 2029년 12월까지 레이어1(L1)의 양자내성 전환을 추진한다. 계정 서명뿐 아니라 합의·데이터 가용성 계층의 암호 체계까지 바꾸는 장기 계획이다.
이더리움재단(Ethereum Foundation) 프로토콜팀은 16일 Reddit AMA에서 확장성, 프라이버시, 양자 보안, 형식 검증, ETH 발행 정책을 논의했다. 이더리움재단은 우선순위 문서에서 2029년 12월까지 양자내성 준비를 마치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연구와 구현 상황에 따라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자내성 전환 대상은 특정 계정 기능에 한정되지 않는다. 사용자 계정은 새로운 서명 방식을 도입해야 하고, 합의 계층은 BLS 서명과 집계 방식을 대체해야 하며, 데이터 가용성 계층은 KZG 의존성을 조정해야 한다.
핵심 계정 기술로는 프레임 트랜잭션이 제시됐다. 프레임 트랜잭션은 거래 검증과 실행, 가스 지불 방식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게 해 기존 secp256k1 키에서 다른 서명 방식으로 이동할 경로를 제공한다.
새 서명 방식을 도입하는 것과 이를 실제 거래에서 저렴하게 사용하는 것은 별도 과제다.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은 ECDSA 서명의 계산·데이터 비용을 약 4000가스, SPHINCS 계열 양자내성 서명은 매개변수에 따라 약 10만~25만가스 수준으로 비교했으며, 서명 집계와 증명 활용이 후속 과제로 거론됐다.
이더리움의 실행 증명 연구도 양자내성 전환과 맞물려 진행된다. ZK-EVM은 실행 결과를 증명해 검증자가 모든 블록을 직접 재실행하지 않아도 되게 하는 기술이며, RISC-V 기반 zkVM과 클라이언트 통합, 테스트와 오픈소스 도구 개발이 함께 추진되고 있다.
현재 중요한 단계는 선택적 실행 증명을 도입하는 EIP-8025가 헤고타(Hegotá)에 포함될 수 있는지다. 선택적 증명으로 운영 경험을 쌓은 뒤 성능과 보안 조건이 충족되면 증명 검증을 기본 절차로 확대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실시간 증명 속도를 둘러싼 전망은 엇갈린다. 일부 팀은 2027년 대부분의 메인넷 블록을 약 2초 안에 증명할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다른 연구자들은 가스 한도와 신규 프리컴파일, 블록 구조가 증명 부담을 키울 수 있어 강제 도입을 늦춰야 할 경우도 있다고 봤다.
증명 시스템은 검증자 장비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중앙화 위험을 동반한다. 증명 생성에는 전문 하드웨어가 필요할 수 있는 반면 검증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만들 수 있어, 빌더와 증명자에 집중되는 구조를 막기 위한 하드웨어 문턱 완화와 분산형 증명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프라이버시는 별도 기능보다 계정과 거래 인프라에 내장되는 방향으로 논의됐다. 프레임 트랜잭션과 FOCIL은 공개 멤풀을 활용하는 프라이버시 애플리케이션이 특정 중계자에 덜 의존하도록 돕는 수단으로 거론됐다.
프라이버시 거래의 도입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일부 연구자는 2027년 네이티브 프라이버시 거래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프로토콜에 통합된 단일 프라이버시 풀의 2028년 말 이전 도입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도 나왔다.
형식 검증은 이 같은 기술 변화의 안전장치로 제시됐다. 서명 방식의 보안 증명, zkVM 회로 제약, EVM 실행 프로그램 검증이 진행되고 있으며 실제 오류를 찾아 수정한 사례도 있지만, 암호학 구성부터 실행 코드까지 이어지는 종단 간 검증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최종성 개선은 단일 슬롯 최종성을 한 번에 구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블록 생성과 최종성 기능을 분리하면 초기에는 최종성 시간을 약 16분에서 약 4분으로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1~2개 슬롯 수준을 목표로 할 수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ETH 발행 정책은 기술 로드맵과 별도의 합의 과제로 남았다. 일부 연구자는 지속적인 스테이킹 보상이 비스테이킹 보유자에게 상대적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봤지만, 발행량을 줄이면 독립 검증자의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이번 AMA에서는 발행량 축소나 스테이킹 비율 제한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더리움재단 내부에서도 개혁안을 마련하려면 스테이킹 규모와 참여자 구성을 설명할 수 있는 모델, 인센티브 효과에 대한 검토, 커뮤니티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번 논의는 이더리움의 다음 단계가 단일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계정 구조, 암호 체계, 실행 증명, 프라이버시, 합의 설계를 여러 하드포크에 걸쳐 조정하는 작업임을 보여준다. 앞서 이더리움의 2029년 양자내성 전환 목표가 공개된 흐름에서 제시된 프레임 트랜잭션과 계층별 전환 구상이 이번 AMA에서 계정·증명·프라이버시 연구와 연결됐다.


정민석 기자
댓글1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