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가 글로벌 증시 랠리에서 소외된 채 제한적인 움직임에 머물렀다. ‘AI 테마’로 주식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크립토는 뚜렷한 상승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모습이다.
5일(현지시간) 기준 비트코인은 6만4000달러(약 9120만 원) 선에서 거래되며 하루 기준 1% 미만 상승에 그쳤다. 최근 7일 기준으로도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이더리움(ETH)은 1864달러로 밀리며 주간 기준 2% 하락, 주요 자산 중 유일하게 약세를 기록했다.
리플(XRP)은 약 1% 하락한 1.07달러, 도지코인(DOGE)은 0.07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트론(TRX) 역시 0.33달러 수준에서 1% 미만 하락했다. 솔라나(SOL)는 73.60달러 부근에서 보합세를 유지했다. 반면 바이낸스코인(BNB)은 598달러로 1% 넘게 상승하며 최근 일주일 기준 5% 상승률로 주요 코인 가운데 가장 강한 흐름을 보였다.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는 약 56달러까지 오르며 3% 상승, 단기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AI 랠리에 달아오른 글로벌 증시
같은 기간 글로벌 주식 시장은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MSCI 전 세계 지수는 0.4% 상승하며 또다시 최고치 경신을 시도했고,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2.2% 상승했다. 미국에서는 S&P500과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호주 증시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개별 종목에서는 SK하이닉스가 6.4% 급등했고, 엔비디아(Nvidia)는 시간외 거래에서 2% 이상 상승했다. 다만 AMD는 부진한 매출 전망으로 9% 급락했고, 스페이스X는 AI 투자 비용 증가 전망에 7.5% 하락했다.
유가 하락·금리 완화 기대에도 ‘무반응’
거시 환경 역시 위험자산에 우호적으로 움직였다. 브렌트유는 약 78.50달러로 1.1% 하락했다. 미국과 이란,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합의에 근접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공급 불안이 완화된 영향이다.
미 국채와 금 가격은 상승했다. 시장 참가자들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게 보기 시작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일부 유지된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시장은 이러한 조건 변화에 반응하지 않았다. 유가 하락, 금리 완화 기대, 주식시장 ‘리스크 온’ 분위기라는 전형적인 상승 재료에도 불구하고 3거래일 연속 정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외부가 아닌 내부”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기록한 12만6000달러 대비 약 49%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더리움 역시 주간 기준 하락세를 이어가며 시장 전반의 체력 저하를 드러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흐름을 두고 “거시 변수보다는 ‘내부 수요 부재’가 더 큰 요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동반 상승하던 주식과의 상관관계가 약화된 점도 특징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관련 합의가 실제 발표로 이어질 경우가 단기 주요 변수로 꼽힌다. 만약 해당 이벤트가 현실화된 이후에도 암호화폐 시장이 반등하지 못한다면, 이는 시장 내 매수세가 다른 자산군으로 이동했음을 시사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현재 시장은 ‘상승할 환경은 갖춰졌지만 반응하지 않는 상태’다. 이는 단기적인 가격 흐름보다 수급 구조 변화 여부를 더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