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킹스크로스가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와 오픈AI(OpenAI), 앤트로픽(Anthropic)이 모인 인공지능(AI) 산업 집적지로 부상했다. 연구 인력과 대학, 업무 공간을 한곳에서 확보하려는 AI 기업들의 수요가 도시 재개발 지역의 부동산 시장까지 움직이고 있다.
나이트프랭크(Knight Frank)는 7월 보고서에서 AI 기업들이 2026년 런던에서 66만1100제곱피트의 사무공간을 이미 확보했다고 밝혔다. 연간 확보 면적은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인 약 100만제곱피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킹스크로스의 변화는 장기간 이어진 도시 재개발과 AI 산업의 확장이 맞물린 결과다. 과거 철도 배후지와 낙후 산업지였던 이 지역은 세인트판크라스역 정비와 대규모 재개발을 거쳐 대학과 도서관, 연구기관이 모인 지역으로 바뀌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은 2014년 영국도서관과 웰컴트러스트 등 34개 기관과 함께 이 일대를 ‘지식지구’로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교육·연구·문화기관의 밀집은 이후 기술기업이 연구 인력과 협력 기관을 가까운 거리에서 확보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AI 기업 집적의 중심축은 구글 딥마인드다. 구글은 2026년 3월 킹스크로스의 새 건물 ‘플랫폼 37’에 구글 딥마인드와 구글 팀이 입주한다고 밝혔다.
플랫폼 37에는 일반인이 AI를 배우고 관련 기술을 접할 수 있는 ‘AI 익스체인지’도 들어간다. 기업의 연구·업무 공간에 교육 기능을 결합해 지역 내 AI 생태계의 접점을 넓히는 구조다.
오픈AI는 2023년 런던을 첫 해외 거점으로 발표한 뒤 킹스크로스 리전트쿼터에 8만8500제곱피트 규모의 사무실을 마련했다. 새 사무실은 2027년 문을 열 예정이다.
앤트로픽은 브리티시랜드(British Land)가 보유한 원 트리톤 스퀘어에 15만8000제곱피트 규모의 공간을 임차했다. 브리티시랜드는 이번 계약이 앤트로픽과 체결한 여섯 번째 거래라고 밝혔다.
킹스크로스와 인근 지역에는 메타(Meta), 신테시아(Synthesia), 웨이브(Wayve) 등도 자리 잡고 있다. 나이트프랭크는 런던이 유럽 AI 거점으로 입지를 강화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기업과 인재가 서로를 끌어들이는 ‘클러스터 효과’를 꼽았다.
AI 모델 개발사는 통상 연구 인력뿐 아니라 고객사와 정책 담당자, 대학 연구진과의 접근성도 함께 고려해 거점을 정한다. 특정 지역에 기업과 연구기관이 모이면 인재 이동과 공동 연구가 쉬워지지만, 사무공간 수요와 인력 확보 경쟁도 함께 커질 수 있다.
브리티시랜드는 2026회계연도 런던 캠퍼스 부문에서 총 169만2000제곱피트에 이르는 임대 계약 215건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이 입주할 원 트리톤 스퀘어는 78%가 임대됐고 16%는 협의 중이다.
부동산 소유주는 대형 기술기업의 장기 수요를 확보할 수 있고 AI 기업은 인력과 협력 기관이 모인 지역에 거점을 둘 수 있다. 반면 업무 공간과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동시에 늘면 초기 기업에는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AI 인프라는 데이터센터와 서버, 전력, 클라우드뿐 아니라 서비스를 개발·운영할 연구 인력과 조직 기반까지 포괄한다. 킹스크로스 사례는 연산 시설 확충과 함께 연구·업무 거점을 둘러싼 경쟁도 AI 산업 기반을 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외 AI 인프라 경쟁도 확대되고 있다. 본지는 앞서 북미 AI 캠퍼스 확장과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투자를 전했다. 앤트로픽이 비트코인 채굴업체의 전력·데이터센터를 AI 연산에 활용하는 90억 달러 규모 컴퓨팅 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있어 AI와 가상자산 산업은 인프라 영역에서 접점을 넓히고 있다.
다만 킹스크로스의 사무실 집적이 가상자산 시장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오픈AI의 리전트쿼터 사무실은 2027년 문을 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