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중앙은행(RBA)이 기준금리를 연 4.35%로 동결했다. 긴축에 따른 경기 둔화를 지켜보면서도 물가 상방 위험이 현실화하면 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RBA는 1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현금금리 목표를 연 4.35%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원 9명 모두 동결에 찬성해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이번 결정은 시장 예상과 일치했다. 2분기 인플레이션이 시장 예상을 밑돌고 주택시장도 정책 당국의 예상보다 악화하면서 시장에서는 동결 전망이 우세했다.
RBA는 올해 2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총 75bp 인상했다. 1bp는 0.01%포인트로, 75bp는 0.75%포인트를 뜻한다.
RBA는 결정문에서 “올해 초 이후 금리를 세 차례 인상한 뒤 금융 여건은 이전보다 더 긴축됐고 경제는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가 소비와 주택시장 등 실물경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물가에 대한 경계는 늦추지 않았다. RBA는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다”며 높은 물가가 고착화하지 않도록 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의 물가 안정 목표는 2~3%다. RBA는 인플레이션이 2027년 말까지도 목표 범위의 중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추가 긴축 가능성도 남겨뒀다. RBA는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RBA는 국내 경제활동과 물가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불확실성이 장기간 이어지면 호주와 해외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도 진단했다.
통상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을 높여 소비와 투자를 제약한다. 반대로 금리를 동결하면 기존 긴축 조치가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살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시장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호주달러-달러 환율은 RBA 결정 뒤 0.7040달러까지 내렸다가 한국시간 오후 1시 58분 기준 전장보다 0.06% 하락한 0.7048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호주 3년물 국채금리는 전장보다 0.13bp 오른 연 4.5518%를 기록했다. 정책 결정이 예상에 부합하면서 외환·채권시장의 가격 변동도 크지 않았다.
이번 결정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물가와 경기 둔화 사이에서 긴축 강도를 조절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본지는 앞서 RBA의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한국시간 오후 1시 30분 공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위험자산은 금리와 유동성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다만 RBA의 이번 결정만으로 특정 디지털자산의 가격 방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RBA는 앞으로 발표되는 경제지표와 전망 변화, 위험 요인을 살펴 금리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물가 안정과 완전고용 달성이라는 정책 목표에도 계속 집중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