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7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한 달 동안 국고채 단기물 금리는 내렸지만 30년물 금리는 23bp 올랐다. 통화정책보다 초장기채 수급 부담이 채권시장의 약세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19일 금융투자협회 최종호가수익률에 따르면, 18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847%, 10년물은 4.382%, 30년물은 4.751%를 기록했다. 지난달 16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3년물은 5bp 하락했고, 10년물은 5bp 상승했으며, 30년물 상승 폭은 23bp였다.
금리 흐름은 만기별로 갈렸다. 단기 금리는 안정됐지만 장기 금리가 오르면서 수익률곡선은 가팔라졌다. 3년물과 10년물 금리차는 6월 말 39bp에서 18일 54bp로 벌어져 2021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을 나타냈다.
10년물과 30년물 금리차도 같은 기간 26bp에서 37bp로 확대됐다. 지난 12일에는 이 격차가 39bp를 넘어서며 30년물 발행 이후 가장 큰 금리차를 보였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같은 금리 상승에도 평가손실이 커진다. 초장기채 약세가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채권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은 금리 상승 자체보다 상승 폭이 장기 구간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베어 스티프닝은 정책보다는 수급 영향"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우려가 핵심이었다면 정책금리 전망에 민감한 2~3년물 금리도 함께 올랐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베어 스티프닝은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더 크게 오르며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지는 현상이다. 통상 경기가 견조하거나 장기채 공급 부담이 커질 때 나타날 수 있으며, 장기 자금 조달 비용에도 영향을 준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도 장기채 부담을 보여주는 근거로 거론됐다. 김 연구원은 "2024년 말 0.2% 수준이던 기간 프리미엄은 올해 5월 말 1.4%까지 약 120bp 확대된 반면, 같은 기간 기대 단기금리는 10bp 상승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기간 프리미엄은 투자자가 채권을 오래 보유하는 대가로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이다.
수급 부담은 초장기 구간에서 먼저 드러났다. 본지는 앞서 30년물과 50년물 국고채 금리가 발행 이후 최고치를 새로 썼다고 전했다. 당시에도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언급과 50년물 입찰을 앞둔 수급 부담이 장기물 약세 요인으로 제시됐다.
장기 투자기관의 수요 변화도 배경으로 꼽힌다. 금리 수준과 무관하게 유입되던 보험사와 연기금 등 장기 투자기관의 상시 수요가 약해지고, 금리가 충분히 올라야 매수가 들어오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해석이다.
이달 말 예산안에 담길 국채 발행 계획과 재정지출 규모도 채권시장의 관전 요소다.
미국 장기금리도 국내 장기채 금리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미국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국내 장기채 투자자도 상대금리와 환헤지 비용을 감안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물가 안정을 시사하는 지표에도 미국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 행보에 대한 불신과 하반기 고질적인 국채 수급 부담이 장기 영역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장기물 금리가 한국은행 통화정책뿐 아니라 글로벌 장기금리와 재정 변수의 영향을 함께 받고 있다는 의미다.
금리 변수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같은 위험자산에도 간접 변수다. 본지는 앞서 연준의 7월 기준금리 결정과 표결 구도가 위험자산의 금리 경로 불확실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국고채 장기물 약세가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