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람코(Saudi Aramco)가 중동 해상 차질 속에서도 9월 유럽향 원유 공급을 이어가고 있다. 공급 중단 여부보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를 피하는 우회 운송 비용이 시장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오일프라이스(OilPrice)는 아람코가 9월 계약 원유 물량을 일부 유럽 정유사에 전량 배정하고, 이집트 시디케리르(Sidi Kerir)와 사우디 얀부(Yanbu), 몰타 인근 선박 간 환적 경로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다만 정유사 이름과 실제 계약 구조는 공개되지 않았다.
교차 확인되는 흐름은 시디케리르 경로 확대다. 로이터(Reuters)는 아람코가 이집트 지중해 항구 시디케리르에서 추가 원유 화물을 현물 방식으로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 물량은 사우디 원유가 이집트 아인수크나(Ain Sukhna)로 이동한 뒤 수에즈-지중해 송유관을 거쳐 시디케리르에서 선적되는 구조다.
시디케리르는 지중해 쪽 선적지라는 점에서 유럽과 북미 고객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원유가 이미 지중해 쪽으로 넘어온 상태에서 선적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시아 고객에게는 항로가 길어져 운임과 인도 시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로이터는 아람코가 시디케리르 선적분의 아시아향 가격 메커니즘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추가 비용을 선적당 1,000만 달러(약 141억원), 배럴당 5달러(약 7,060원)로 추산했다.
이 비용 추산은 물량 자체보다 경로가 가격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보여준다. 원유가 같은 양으로 공급되더라도 항로가 길어지고 보험·운임 부담이 늘면 정유사의 조달 비용은 달라진다. 이번 사안이 단순한 공급 뉴스가 아니라 물류 비용 뉴스로 읽히는 이유다.
아람코도 공급망 재배치 필요성을 공식 자료에서 드러냈다. 아람코는 8월 4일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호르무즈 해협 차질에도 이스트-웨스트 파이프라인, 저장 설비, 수출 터미널을 활용해 생산과 수출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아민 나세르(Amin H. Nasser) 아람코 사장 겸 최고경영자는 "전례 없는 호르무즈 해협 공급 차질에도 다양한 자산 기반과 장기 계획을 활용해 사업 연속성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기존 해상 병목에 의존하지 않고 내륙 송유관과 대체 터미널을 조합해 수출 흐름을 이어갔다는 설명이다.
아시아에서는 배정 절차가 더 불안정하다. 로이터는 아람코가 일부 아시아 장기계약 고객의 9월 원유 배정을 비정형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구매자는 선박 확보와 선적 가능성을 이유로 계약 물량을 실제로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원유 장기계약은 통상 월별 배정과 선적 일정, 인도 조건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항로 위험이 커지면 계약 물량이 유지되더라도 실제 선박 배정과 하역 시점은 달라질 수 있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구매 가격뿐 아니라 운송 경로와 도착 시점까지 함께 계산해야 한다.
이번 흐름은 호르무즈 통항 차질과 사우디 선적 재개를 둘러싼 앞선 보도와도 이어진다. 당시에도 핵심은 원유 수출이 완전히 멈췄는지가 아니라 어떤 경로로, 어떤 비용을 들여 이동하느냐였다.
시디케리르 논의는 사우디 원유의 대체 인도 조건을 다룬 본지 보도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홍해 위험이 커지면 바브엘만데브 통과와 시디케리르 우회 사이에서 선주와 구매자의 판단이 갈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한국 시장에는 유가 자체보다 조달 비용과 정제마진을 통해 영향이 닿을 수 있다. 중동 원유는 아시아 정유사의 주요 원료이고, 항로가 길어지면 운임과 보험료, 인도 시점이 함께 흔들린다. 다만 국내 정유사별 계약 조건이나 실제 부담 규모는 공개 자료만으로 특정하기 어렵다.
크립토 시장에 대한 직접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원유 운송비 상승이 물가와 금리 기대를 흔들 경우 위험자산 전반의 가격 흐름과 연결될 수 있다. 실제 영향은 9월 선적 실적, 시디케리르 가격 메커니즘 확정 여부, 호르무즈·홍해 보안 상황을 함께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