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공공부채가 국가 위험 프리미엄을 키우고 기대 인플레이션을 흔들 수 있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경고가 나왔다. 재정 적자가 늘 때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 국채 금리, 환율, 기업 차입비용을 거쳐 거시 금융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BIS는 한국시간 20일 발표한 '미주 지역의 높은 공공부채: 위험 프리미엄 및 인플레이션 기대치에 대한 비선형적 영향' 보고서에서 미주 지역 33개국의 공공부채 흐름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주 지역 다수 국가의 공공부채가 수십 년 만의 고점에 올랐고 이자 부담도 함께 늘었다고 밝혔다.
최근 10년 동안 미주 지역 33개국 중 27개국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상승했다. 이 가운데 약 40%는 부채 비율이 20%포인트 넘게 올랐고, 약 3분의 1은 10~20%포인트 증가했다.
BIS는 공공부채가 높은 경제권일수록 재정 적자 확대가 국가 위험 프리미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공공부채가 높은 미주 경제권에서는 재정 적자 확대 때 신흥시장채권지수(EMBI) 스프레드 반응이 부채가 낮은 경제권보다 3배 이상 컸다.
위험 프리미엄은 투자자가 특정 국가의 채권을 보유할 때 요구하는 추가 보상이다.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 투자자는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이는 정부 차입 비용과 민간 금융비용으로 번질 수 있다.
EMBI 스프레드는 신흥국 채권의 국가 위험을 가늠할 때 쓰는 지표다. BIS는 이 지표를 활용해 공공부채 수준에 따라 재정 적자 확대가 시장 가격에 얼마나 다르게 반영되는지 살폈다.
앞서 본지는 부채가 높은 미주 경제권에서 적자 확대가 위험 프리미엄을 더 크게 흔든다는 BIS 분석을 전했다. 이번에는 같은 보고서가 제시한 물가 기대 전이 경로와 정책 대응 논의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보고서는 위험 프리미엄 상승이 물가 기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지면 통화가치가 약해질 수 있고,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쓰거나 국내 금융 여건을 조일 필요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통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높이고 단기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이 기업과 가계의 기대에 반영되면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 노력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기업 비용 경로도 제시됐다. 국가 신용 위험 프리미엄이 오르면 정책금리가 그대로여도 은행 자금 조달비용, 기업 차입금리, 운전자본 스프레드가 상승할 수 있다.
신용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는 차입 비용 상승이 한계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비용은 제품 가격과 임금 결정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 BIS의 설명이다.
BIS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역할을 분리해 제시했다. 재정 측면에서는 지속 가능한 재정 건전화 조치를 신속히 단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화 측면에서는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 책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중앙은행 독립성을 바탕으로 정치적 압력에서 정책 실행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다.
BIS는 지난 6월 연례경제보고서에서도 높은 공공부채와 비은행 금융기관의 국채시장 비중 확대가 중앙은행의 정책 수행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보고서는 공공재정이 신뢰할 수 있는 경로를 따라야 하고,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은 일시적이고 목표가 분명하며 되돌릴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가상자산 시장과의 직접 연결은 보고서에 담기지 않았다. 다만 미국 금리와 기대 인플레이션은 달러와 위험자산 심리를 거쳐 비트코인(BTC) 등 시장 변수로 작용해 왔으며, 이번 보고서는 특정 자산 가격이나 투자 판단을 제시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