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이 t당 1만4850달러까지 오른 뒤 단기 조정에 들어갔다. 런던금속거래소(LME) 창고에 실물 물량이 들어오면서 현물 수급 압박은 낮아졌지만, 광산 공급과 전력 인프라 수요를 둘러싼 중장기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21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LME 구리 현물 가격은 17일 t당 1만4850달러를 기록한 뒤 이틀 연속 하락해 1만4180달러 선으로 내려왔다.
단기 조정의 직접 계기는 창고 물량 유입이었다. 삼성선물은 트라피구라(Trafigura) 등 무역업체들이 LME에 구리를 인도하면서 실물 구리 부족에 따른 수급 경색이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아시아경제는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이 즉시 인출 가능한 재고가 17일 10만3075t에서 12만3100t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현물과 3개월물 간 백워데이션은 t당 545달러에서 248달러로 좁혀졌다.
백워데이션은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보다 높은 상태를 뜻한다. 당장 인도 가능한 물량이 부족하거나 현물 확보 경쟁이 커질 때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구리 시장에서는 단기 수급 압박을 읽는 지표로 쓰인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현물 프리미엄이 높은 국면에서는 근월물을 팔고 원월물을 저가에 되사는 거래가 유리해 이러한 유인이 단기 공급 경색을 완화시키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고 물량 등록이 가격 차를 줄이며 단기 스퀴즈를 낮췄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번 조정이 공급 문제 해소를 뜻하는지는 별개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톱 20대 광산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생산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광산 노후화와 품위 저하, 과거 공급 과잉기에 줄어든 광산 개발 투자가 현재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광산 공급은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창고 재고 증가만으로 구조적 수급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수요 쪽에서는 인공지능(AI)과 전력망 투자가 구리 사용량을 늘리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최 연구원은 "AI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기초 시설인 전력 인프라가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며 "초고압 송전 설비에는 일반 전력망보다 5~7배 많은 구리가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리는 전력망, 전자, 건설, 운송에 폭넓게 쓰이는 산업 금속이다.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원자재로도 읽히지만, 최근에는 데이터센터와 송전망 투자 확대가 별도 수요 축으로 부각됐다.
가격 전망도 나왔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적으로 타이트한 광산 공급 여건과 AI·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투자 모멘텀에 편승한 수요 낙관론은 중장기 구리 시장의 여전한 강세 요인"이라며 하반기 LME 구리 가격 목표를 t당 1만5000달러로 제시했다.
최 연구원은 유동성이 추가로 반영될 경우 연내 t당 1만6000달러선 돌파가 가능하다고 봤다.
국내 증시에서는 풍산, 고려아연, LS가 구리 가격과 연결된 종목으로 거론됐다. 풍산은 신동 사업을 하고,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 과정에서 부산물로 구리를 생산하며, LS는 자회사 LS전선 등을 통해 전력 케이블 사업을 한다.
본지는 앞서 고려아연이 비철금속 업종 강세의 중심에 섰다고 전했다. 다만 개별 종목의 주가 영향은 구리 가격뿐 아니라 실적, 수급, 사업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 관세 변수도 구리 시장의 가격 구조를 흔드는 배경으로 남아 있다. 본지는 앞서 코멕스와 LME 가격 차가 정련 구리 관세 리스크를 반영하는 지표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구리 시장의 단기 쟁점은 LME 창고 물량 유입이 이어지는지 여부다. 구조적 공급 부족을 둘러싼 판단은 광산 생산 가이던스, AI·데이터센터 전력 투자, 미국 관세 변수와 함께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