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에게 국채시장 개입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가 10년 이상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회당 최소 40억 달러(약 5조5440억원)로 늘리면서 시장에서는 유동성 지원과 장기금리 관리 사이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21일 미국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베센트 장관의 채권시장 개입을 지시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센트 장관이 “스스로 원해서 했다”며 “그는 매우 유능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출발점은 미국 재무부의 장기 국채 바이백 확대다. 재무부는 10~20년, 20~30년 만기 명목채권의 유동성 지원용 바이백 규모를 회당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약 5조5440억원)로 높였다. 적용 기간은 2026년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다.
미국 재무부는 8월 5일 분기 재정조달 발표에서 이번 분기 바이백 계획을 공개했다. 재무부는 해당 분기에 유동성 지원 목적으로 오프더런 국채를 최대 380억 달러(약 52조6680억원) 매입하고, 현금관리 목적으로 1개월~2년 만기 구간에서 최대 250억 달러(약 34조6500억원)를 매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프더런 국채는 새로 발행돼 거래 기준으로 쓰이는 지표물이 아니라 이전에 발행돼 유통되는 국채를 뜻한다. 통상 새 지표물보다 거래가 덜 활발해 가격 발견과 매매 체결 여건이 약해질 수 있다. 재무부의 바이백은 이런 구간의 유동성을 보강하는 부채관리 수단이다.
공식 설명만 놓고 보면 이번 조치는 통화정책이 아니다. 중앙은행이 새 돈을 공급해 기준금리 경로를 바꾸는 방식이 아니라, 재무부가 이미 시장에 유통 중인 국채를 사들이는 구조다. 다만 이번 확대 대상이 10년 이상 장기물이라는 점 때문에 시장은 금리 안정 의도를 함께 읽고 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로이터는 발표 직후 30년물 금리가 약 10bp 내려갔으나 이후 하락분이 대부분 되돌려졌다고 전했다. 별도 시장 보도에서는 30년물 금리가 5.25% 안팎까지 다시 오른 흐름도 확인됐다.
이는 바이백 확대가 단기 신호로는 작용했지만 장기금리의 구조적 압력을 낮추는 해법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장기물 금리는 재정 적자, 인플레이션 기대, 장기 채권 공급, 기업채 발행 수요가 함께 반영되는 가격이다.
AP는 장기금리 반등 배경으로 미국 정부 부채 부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한 기업채 발행 확대, 인플레이션 경계심을 함께 짚었다. 미국 총부채가 40조 달러(약 5경5440조원)를 넘은 상황에서 재무부의 바이백만으로 국채 수급과 물가 우려를 모두 덜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이번 사안은 정책 효과보다 정책 해석을 둘러싼 논쟁에 가깝다. 재무부와 우호적 해석은 시장 기능 보강에 방점을 둔다. 반면 일부 시장 참가자는 장기물 매입 규모 확대가 사실상 장기금리 방어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본다.
베센트 장관의 발언도 이런 해석을 키웠다. 로이터 계열 시장 보도에는 베센트 장관이 향후 바이백 규모를 더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이는 공식 정책문서가 아니라 인터뷰 발언인 만큼, 실제 확대 여부는 이후 재무부의 일정과 공고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크립토 시장이 이 사안을 보는 이유도 장기금리의 파급 경로 때문이다. 장기금리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같은 위험자산의 할인율, 달러 선호, 유동성 기대와 맞물린다.
다만 이번 조치가 가상자산 가격에 미친 영향을 단정할 수 있는 공식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확인된 사실은 재무부가 장기채 바이백 규모를 늘렸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 여부를 부인했으며, 장기금리 하락분이 빠르게 되돌려졌다는 점이다.
미국 장기금리와 달러 흐름은 한국 투자자에게도 금리 민감 자산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변수로 거론된다. 미국 장기물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면 글로벌 위험자산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고, 달러 선호가 강해질 수 있다. 반대로 장기금리 상승 압력이 완화되면 금, 비트코인, 성장주 등 금리에 민감한 자산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은 지시 주체 논란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나 국채시장 참가자들이 따지는 문제는 남아 있다. 확대된 장기채 바이백은 2026년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시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