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 크립토 시장에서 실물연계자산(RWA)과 전통 금융자산 온체인 거래가 새 축으로 부상했다. AI 주식으로 유동성이 몰리는 동안 크립토 안에서는 주식·원자재·환율 같은 전통자산을 거래하는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
아크스트림캐피털(ArkStream Capital)은 2026년 2분기 말 기준 시장 보고서에서 상반기 크립토 약세의 배경으로 연준(Fed)의 매파 전환, 미국·이란 충돌과 호르무즈 해협 변수, AI 주식의 유동성 흡수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온체인 RWA 규모가 연초 약 216억 달러(약 29조9376억원)에서 330억 달러(약 45조7380억원)로 늘었고, 토큰화 주식 규모도 2억9100만 달러(약 4033억원)에서 18억1600만 달러(약 2조5170억원)로 커졌다고 밝혔다.
이 흐름의 핵심은 자금이 코인 자체보다 크립토 인프라를 통해 전통자산을 거래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이 거시 변수에 흔들리는 동안 일부 거래소는 24시간 거래와 빠른 결제를 앞세워 전통 금융 상품의 온체인 접근성을 넓혔다.
코인게코(CoinGecko)는 ‘TradFi on Crypto Exchanges Report 2026’에서 2026년 5월 RWA 무기한선물 거래량이 3471억7000만 달러(약 481조1776억원)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2026년 누적 전통 금융 무기한선물 거래량은 1조3200억 달러(약 1829조5200억원)를 넘었고, 토큰화 주식 무기한선물 거래량은 5월 340억 달러(약 47조1240억원)로 제시됐다.
코인게코의 별도 보고서에서도 같은 방향이 확인됐다. 2026년 상반기 크립토 거래소의 전통 금융자산 거래량은 1조4500억 달러(약 2009조7000억원)였고, 2026년 6월 30일 기준 관련 시장가치는 65억9000만 달러(약 9조1337억원)로 집계됐다. 전통 금융자산 무기한선물 미결제약정은 상반기 말 46억7000만 달러(약 6조4726억원)까지 늘었다.
바이낸스도 이 흐름의 한 축이다. 코인데스크 리서치(CoinDesk Research)는 바이낸스가 2026년 6월 1일 적격 비미국 이용자에게 7000개 이상 미국 주식과 ETF 접근을 열었고, 첫 9일 동안 하루 약 1억4300만 달러(약 1982억원)의 거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당시 토큰화 현물 시장의 평일 고점 거래량인 3500만~4000만 달러(약 485억~554억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토큰화 주식과 주식 무기한선물은 전통 금융 상품을 블록체인 기반 거래 환경에서 다루는 방식이다. 상품에 따라 실제 주식 보유 구조와 연결되기도 하지만, 단순 가격 노출을 제공하는 구조도 있다. 따라서 같은 ‘토큰화 주식’이라는 이름을 쓰더라도 투자자 권리, 담보 구조, 관할 제한은 상품별로 달라진다.
바이낸스 공식 문서는 비스톡스(bStocks)를 1대1 담보 토큰화 증권으로 설명하며 24시간 거래, 즉시 결제, 소액 접근을 강조했다. 별도 문서에서는 주식 무기한선물이 테더(USDT) 결제와 24시간 거래, 최대 10배 레버리지를 제공한다고 안내했다. 거래 편의성이 커지는 만큼 레버리지와 청산 위험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다만 RWA 확대를 곧바로 디파이 활용 확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디파이라마(DefiLlama)는 2026년 6월 2일 기준 온체인 RWA 시가총액을 290억 달러(약 40조1940억원) 이상으로 잡으면서도, 실제 디파이 프로토콜 안에 배치된 자산은 25억 달러(약 3조4650억원), 활성 RWA 시가총액의 9.4%라고 밝혔다. 공개 주식의 디파이 활용률은 1.6%였다.
이는 RWA 시장이 커졌더라도 아직은 전통자산을 체인 위에 표시하거나 거래하는 단계가 중심이라는 뜻이다. 담보로 맡기고, 대출에 활용하고, 다른 프로토콜과 조합하는 디파이식 활용은 제한적이다. 거래량 증가와 금융 인프라 전환을 같은 속도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업계 반응은 기대와 경계가 엇갈린다. 거래소와 데이터업체는 주식·ETF·원자재·환율을 24시간 거래하는 채널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 반면 규제와 투자자 권리, 가격 산정, 오라클, 청산 구조가 명확하지 않으면 기존 금융상품보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이 변화는 단순한 해외 거래소 상품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RWA와 전통 금융 온체인 상품은 크립토 시장이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가격 흐름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통자산 거래 수요를 흡수하려는 방향을 보여준다. 동시에 해외 거래소 접근 제한, 파생상품 레버리지, 실제 권리 구조 확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본지는 앞서 하이퍼리퀴드에서 RWA 연동 무기한선물 거래가 7월 13일부터 19일까지 전체 주간 거래량의 52%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당시 주식·지수·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계약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크립토 페어를 처음 앞섰다는 점에서 이번 상반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수치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아크스트림캐피털의 지역별·섹터별 수익률은 보고서 내부 바스켓으로, 공식 지수로 확인되는 수치가 아니어서 시장 전체 성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RWA 총액도 집계기관마다 스테이블코인 포함 여부, 온체인 표시 자산 범위, 실제 디파이 활용 여부가 달라 같은 숫자로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결국 2026년 상반기 크립토 시장의 약세는 내부 붕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한쪽에서는 AI 주식과 반도체 공급망으로 유동성이 이동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전통자산을 크립토 거래 인프라 위에서 다루는 시장이 커졌다. RWA 거래 확대는 크립토가 전통 금융을 대체했다는 결론보다, 전통 금융 거래 일부가 크립토 레일을 시험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